레이더 관측 대폭 늘려 약 7만5천㎢ 걸쳐 짠물 호수 형성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18년 화성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대한 짠물 호수가 발견된 것으로 발표돼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과학계 안에서는 이 호수의 존재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궤도선 '마즈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2012~2015년 29차례에 걸쳐 측정한 레이더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인데, 호수가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이더 관측을 2019년까지 134회로 대폭 늘린 추가 연구에서 이 호수뿐만 아니라 주변에 3개의 다른 작은 호수도 함께 있다는 새로운 결과가 나와 화성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호수가 존재하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제3대학 수학·물리학과 엘레나 페티넬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즈 익스프레스에 장착된 첨단 레이더 장치인 '마시스'(MARSIS)를 이용해 남극 지역을 관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네이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시스는 전파를 쏜 뒤 되돌아오는 신호를 파악해 바위나 얼음, 물 등의 물질을 확인하는데, 1㎞ 이상의 남극 얼음층 아래에서 액체로 된 물을 나타내는 신호를 포착했다.
물 신호가 포착된 지역은 약 7만5천㎢에 걸쳐 있으며, 중앙에 지름이 30㎞에 달하는 대형 호수가 형성돼 있고 주변에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3개의 작은 호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화성의 남극의 표면 온도가 영하 113도에 달하지만 1㎞ 이상 얼음층 아래에서는 물이 소금기를 갖고 있어 얼지 않고 액체로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물은 수십억년 전 화성에 바다와 호수가 있을 때 갖고 있었던 것으로, 지구 남극의 빙하 밑 호수에서 생물이 살고 있듯이 화성의 얼음층 밑 호수에도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페티넬리 교수는 "화성에 많은 물이 있었을 수 있으며, 물이 존재했다면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물의 염도인데 바닷물의 5배까지는 생명체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높아지면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얼음 환경의 미생물을 연구해온 몬태나 주립대학의 존 프리스쿠 박사는 네이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염도가 바닷물의 20배에 달하면 해양생물이 존재할 수 없다면서 "마치 소금에 절인 것처럼 되며 화성이 그런 상태일 수 있다"고 했다.
또 호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추가 자료가 제시됐지만 열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들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제시되고 있다.
퍼듀 대학 지구물리학자 마이크 소리는 "진짜 액체로 된 물이라면 슬러시나 슬러지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애리조나대학의 행성과학자 잭 홀트는 "얼음층 밑이라고 해도 짠물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열이 없는 만큼 호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과학계에서는 중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마시스와 비슷한 레이더 장비를 갖추고 있어 추가 관측을 통해 호수 존재를 둘러싼 논란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도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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