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쇳조각을 삼켜 목숨이 위태로웠던 남수단 아이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새로운 생명을 찾았다.
29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남수단의 글로리아 간디(4)가 2.5㎝ 크기의 쇳조각을 삼킨 채 남수단과 이집트를 거쳐 지난 5월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통증을 호소한 건 지난해 7월. 당시 엑스레이 검사에서 쇳조각이 발견됐지만, 남수단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아이의 부모는 수술 시설이 갖춰진 이집트로 갔으나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쇳조각이 수술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미 쇳조각은 식도를 뚫고 나와 있었다.
이런 소식은 현지의 선교사를 통해 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고, 현지에서 검사한 자료를 살펴본 흉부외과는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힌 터라 아이는 주이집트 한국대사관과 한인회가 이집트 내 한국인을 위해 마련한 전세기에 의탁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5월 5일이었다.
아이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는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를 3차원으로 재건해 쇳조각의 위치를 확인했다. 식도를 뚫었던 쇳조각은 기관지를 밀고 들어가 대동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더욱이 1년 가까이 몸 안에 있던 쇳조각 주변으로 염증도 심각했다.
아이는 쇳조각이 기관지를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고, 식사도 불가능했다. 수술 중 자칫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한 번의 수술로 쇳조각이 제거되고 구조물들의 손상이 완전히 복구될 가능성은 50% 미만이었다.
수술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박성용 교수가 주도했다. 첫 수술에서는 쇳조각을 제거한 뒤 손상된 기관지와 식도 사이의 구멍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구멍 주위 조직이 완전히 아물지 않으면서 1㎜ 크기로 누공이 남았고, 이 부위로 음식물이 기관지로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2차 수술에 들어가 쇳조각으로 손상된 기관지 뒷부분을 재건했다. 남아있는 1㎜ 크기의 누공은 기관지 사이 근육을 사용해 다시 봉합하고, 잘린 2㎝ 길이의 식도는 당겨서 이어 붙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2주간의 회복 기간을 거쳐 아이는 정상적인 호흡과 식사가 가능해졌다. 아이는 오는 30일 퇴원한다.
박 교수는 "쇳조각을 삼키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글로리아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아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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