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팀 "회전력으로 용액 밀도 순서로 분리…계면에서 화학반응 단계적 진행"
진통제 등 의약 화합물 합성으로 활용성 입증…'네이처'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의약물질 등 화합물 합성에 필요한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을 원통형 용기 하나에서 정밀하게 제어하며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원통형 반응 용기 하나에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의약물질 등 복잡한 화합물은 단순한 분자에서 여러 단계 화학반응을 거쳐 합성된다. 이런 물질 합성에는 화학반응 단계별로 반응 용기를 따로 만들거나 화학반응 원료 용액을 관과 밸브를 이용해 흐르게 하면서 반응을 제어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자동화 장치를 제작해야 하고 반응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고도의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연구진은 물과 기름처럼 밀도가 다른 용액들이 서로 섞이지 않고 분리돼 쌓이는 것에 착안, 원통형 용기 안에 밀도가 다른 용액들을 넣고 회전력을 이용해 바깥쪽부터 밀도가 큰 용액이 층을 이루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원통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밀도가 큰 액체가 바깥쪽으로 쏠리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화학반응에 필요한 용액을 밀도 차이를 통해 차례로 이동 분리하고, 원하는 화학반응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이 이 시스템에서 용액 층을 실제로 구현한 결과 원통형 용기 안에 밀도가 다른 용액들을 10~20개 층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으며, 각 용액 층의 두께도 150㎛까지 얇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실제 의약물질을 합성하고 화학산업 원료물질을 화합물에서 추출하는 실험을 통해 이 시스템을 화학실험과 중소규모 화학반응에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들은 회전식 원통형 용기 안에서 1980년대까지 널리 쓰인 진통제인 페나세틴과 항-아메바 약물인 딜록사니드를 3~4단계에 걸쳐 합성하고, 아미노산의 하나로 감미료인 아스파탐의 주재료인 페닐알라닌을 화합물로부터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은 기존 화학합성 과정을 크게 단순화해 화학산업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거나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제 응용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제1 저자인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합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용매 층 사이 작용을 조절해 기존에 추출이 어려웠던 화합물까지 추출할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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