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직언론인 첫 사례 논란
교도 내부에서 "실망했다" 비판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현직 언론인을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까지 교도통신 논설부(副)위원장을 지낸 가키자키 메이지(枾崎明二·59) 씨를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하기로 이날 각의 결정했다.
가키자키 씨는 현재 교도통신에 재직 중이며 보좌관 임명 하루 전인 30일 교도통신을 퇴직하기로 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그간의 지식, 경험을 토대로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 검증, 개선할 점에 관해 필요에 따라 총리에게 진언하게 된다"고 가키자키를 보좌관으로 기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가키자키는 언론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스스로 정치인이 된 경우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언론사 출신이 총리 보좌관이 되는 첫 사례다.
2010년 10월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때 전직 TBS 캐스터인 프리랜서 언론인 시모무라 겐이치(下村健一)가 홍보 담당 내각심의관으로 기용된 사례가 언론사 출신이 총리 주변에서 일하는 자리에 취업한 사례로 꼽힌다.
가키자키는 스가 총리와 마찬가지로 아키타(秋田)현 출신이며 보좌관 기용에는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쌓은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와세다(早稻田)대 졸업 후 마이니치(每日)신문사에 입사했다가 1988년 교도통신으로 이직했고 정치부 기자, 논설위원 등을 거쳐 작년부터 논설부위원장을 지냈다.
이달 16일 교도통신 총무국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는 민영방송에 평론 담당으로 출연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등 이른바 진보·개혁 성향의 입장에 선 것으로 비쳤기 때문에 총리 보좌관 기용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현직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미디어의 감시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작가 모리타 료지(盛田隆二) 씨는 "리버럴(자유주의·혁신·진보 진영)까지 집어삼키는 미디어 공작"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대학에서 비상근 강사로 일하는 노가와 모토카즈(能川元一) 씨는 "기용하는 쪽도 떠맡는 쪽도 이미 '정권과 미디어가 유착한 것으로 보이면 곤란'하다는 걱정 조자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 사내에서는 가키자키에 대해 '결국 권력을 향해 갔다', '실망했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의 한 기자는 "가키자키 씨의 사례로 인해 교도통신이 스가 정권을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사로 비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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