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찬가게 문전성시…대형 슈퍼마켓에는 한국 식료품 코너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비싸서 자주는 못 가지만 한국 돼지 불고기 정말 좋아해요. 홍콩이 한국보다 음…3배는 비싼 것 같은데 그래도 먹고 싶을 때면 한국 식당을 찾아가 돼지 불고기 먹어요."
지난달 25일 만난 40대 홍콩인 우버 운전사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뱃살을 연신 가리켰다. 그가 자신의 뱃살을 가리키며 언급한 돼지불고기는 삽겹살 구이를 말한다.
코로나19로 홍콩 경제 타격이 심각한 가운데 한국음식, 이른바 'K푸드'는 나홀로 활황을 누리는 모습니다.
곳곳에 자리한 한국 식당과 반찬가게, 식료품점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그중 몇몇 업체는 점포 수를 늘리거나 확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불경기에 많은 홍콩 식당이 문을 닫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반찬가게와 식료품점이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개월째 이어진 가운데 호황을 맞았다.
한국 반찬가게에서는 콩나물무침, 멸치조림, 미역줄거리 볶음 등 무난한 품목부터 젓갈과 간장게장, 장아찌 등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품목까지 다양한 반찬을 파는데 손님이 대부분 홍콩인이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면 유명 한국 반찬가게에는 말 그대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치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당 밖에서 손님들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손님들은 가게에서 양손에 비닐 장갑을 끼고 치킨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식료품점에서는 준비해온 에코백에 한국 소주를 몇병씩 담아가는 홍콩 젊은 여성들을 만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동안 술집 영업이 금지돼 있을 때 집에서 친구들과 마시려는 듯 소주를 산 이 여성들은 가방에 소주를 담으면서 미션에 성공했다는 듯 환호했다.
식료품점 한국인 직원에게 "장사가 너무 잘된다"고 하자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만 그렇다"는 답이 왔다.
그러나 평일 오전에 찾은 다른 한국 식료품점도 손님이 많았다. 한국 쌀과 김치, 즉석식품, 냉동육, 과자 등을 파는 점포 내에서는 홍콩말만 들렸다.
50대 홍콩인 물리치료사는 "홍콩 사람들 한국 참 좋아한다. 코로나19만 아니면 한국 놀러가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쉽다"면서 "한국 음식도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홍콩인들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살짝 변형한 한국요리 퓨전식당 체인점도 인기리에 영업 중이다.
평일 저녁 찾은 퓨전한식 식당의 좌석 점유율은 언뜻 봐도 70% 이상이었다.
홍콩에서 40년째 살고 있는 김모 씨는 2일 "드라마 대장금 이후부터 홍콩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었는데 갈수록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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