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서 왔습니다" 라이관린에 성난 대만인들…"중국 가라"

입력 2020-10-02 12:33  

"중국대만서 왔습니다" 라이관린에 성난 대만인들…"중국 가라"
대만 국민 여동생' 어우양나나 이어 중국 국경절 무대 올라 논란
중국 누리꾼들은 "라이관리은 애국자…신시대 청년" 칭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워너원 전 멤버로 대만 출신 가수인 라이관린(賴冠霖)이 중국 국경절 축하 텔레비전 공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대만인은 특히 라이관린이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사전 녹화 영상에서 "중국대만에서 왔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행동에 큰 반감을 표출했다.
2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라이관린은 중국의 국경절인 전날 밤 국영 중국중앙(CC)TV가 방영한 특집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에 나와 다른 가수들과 함께 중국 인기 가요인 '룽더촨런'(龍的傳人)을 불렀다.
대만 출신 연예인이 중국 국경절 축하 무대에 오른 자체가 대만에서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라이관린이 사전 녹화 영상에서 한 발언에 적지 않은 대만인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이관린은 시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미리 공개된 홍보 영상에서 "저는 라이관린입니다. 중국대만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을 중국의 지방인 '대만성'(臺灣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대만'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대만을 '미수복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대만을 '중국대만'이라고 부르는데 대만 쪽에서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대만인들은 중국 쪽에서 대만을 지방 행정구역 중 하나인 '성'(省)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더욱 큰 반감을 느낀다.
이런 탓에 라이관린의 '중국 대만', '대만성' 언급에 대만에서는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哈哈**'라는 아이디를 쓰는 대만 누리꾼은 "시장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실망"이라며 "대륙에서 일하는 많은 대만 연예인들이 '중국 대만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淸淺'도 "자기가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그냥 가 달라"며 "15살짜리도 자기가 '중국대만에서 왔다'고 말하지는 않을 터이니 팬들도 그가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감싸주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라이관린은 대만 출신이지만 중국에서 '기특한 애국 연예인'으로 통한다.
그는 작년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웨이보에 올린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포스팅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만에서와 달리 중국 누리꾼들은 라이관린을 '애국 청년'이라면서 칭찬하고 있다.
'追星***'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라이관린은 줄곧 애국을 하고, 정치적 견해가 확고한 사람으로서 (시진핑) 신시대의 청년"이라고 치켜세웠다.
라이관린에 앞서 대만에서는 유명 첼리스트 겸 배우로 활동 중인 대만의 '국민 여동생' 어우양나나(歐陽娜娜)가 지난 30일 방송된 CCTV의 신중국 건국 71주년 국경절 행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이 됐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은 치열한 국공내전 끝에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끌던 중국국민당을 본토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안팎에 선언했다.
중국의 국경절은 대만에는 거꾸로 중국 대륙을 빼앗기고 대만 섬으로 패주한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날이다. 따라서 대만에서는 대만 연예인이 중국의 국경절 축하 무대에 서는 것을 민감하기 여길 수밖에 없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중공이 근래에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에 위협을 가해 대만인의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때 대만 연예인들이 중공에 이용돼 중화민국을 소멸시켰다는 뜻을 내포한 십일(국경절) 축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대만 사회의 사랑과 지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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