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대면접촉·외부행사 전면중단 전망…AP "트럼프에 엄청난 타격"
'코로나19 대응 실패론' 재부각 전망…온라인 선거운동 계속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다음달 3일 대선을 불과 32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선거운동의 차질은 물론 재선 고지 달성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많다.
당장 격리 조치로 인해 선거운동에 발이 묶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날 백악관에서 정보 브리핑은 받은 뒤 플로리다 유세를 할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이들 일정을 취소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측근을 인용해 가까운 미래에 예정된 정치적 일정이 모두 취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선 승부처인 경합주를 중심으로 각 주를 넘나들며 하루 2∼3곳의 유세에 나설 정도로 현장을 누볐지만 당분간 외부활동의 전면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격차를 조금씩 좁히며 추격전을 벌인다는 분석이 나오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완치 여부에 따라 오는 15일과 22일 바이든 후보와 예정된 2차, 3차 TV토론의 진행 역시 불투명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선거전의 예사롭지 않은 전환점이라며 바이든 후보를 추격하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사실이 유권자 표심에 미칠 영향도 관건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전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대유행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대선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많았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위험성 경시와 대응 실패가 미국의 대유행을 불러왔다며 이를 핵심 공략 지점으로 삼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빠른 조치로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희생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조사상 그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낮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지지율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은 선거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 바이든 후보의 대응 실패론에 맞서 조기 경제 정상화를 통한 미국의 위기 극복이란 선거전 구호도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사실을 공개하기 몇 시간 전인 1일 밤 한 정치 만찬 행사에서 "전염병의 종말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은 바이러스 위협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다 발생한 일이라며 "최악의 대유행이 지났다고 미국인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선거전의 앞날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며 "전염병의 심각성을 깎아내린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 명운에 엄청난 손상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완전히 중단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이나 대외 행사는 어려워졌지만 외부 인사를 직접 만나지 않는 온라인 선거전이나 인터뷰 등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프라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도 코로나19 취약 노인층 지원을 위한 전화통화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떤 식으로든 득표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숀 콜리 대통령 주치의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 기간에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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