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발견에서 퇴치까지 이른 '실마리' 제공 높이 평가
"코로나19 시대, 새 바이러스 발견부터 퇴치 성과 상징적"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하비 올터·찰스 라이스·마이클 호턴 등 연구자 3명은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C형 간염 바이러스를 1989년에 분리·발견하면서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특히 이들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후 약 30년 만에 완치 단계에 이르면서 전 세계에서 C형간염을 퇴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하비 올터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수혈과 관련된 바이러스 질환을 처음 보고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C형 간염 바이러스다.
마이클 호턴 교수는 1989년 C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처음 밝혀냈다.
1989년 C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병원체가 규명되면서 혈청검사로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수혈 관련 간염 등으로 혈액 매개 질환이라는 임상적 특징만을 알고 있었을 뿐 명확한 병원체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가 발견·확인되자 이후 연구에도 속도가 붙었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바이러스가 어떻게 침투하고 감염을 일으키는지, 체내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복제·사멸하는지 등의 '바이러스 생활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승업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체의 면역력을 길러 바이러스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인터페론으로 치료했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에 기반을 둔 연구로 완치율 98% 이상의 치료제가 개발됐다"며 "모든 연구의 근본이 되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를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C형 간염은 예방 백신도,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데다 조기 발견마저 어려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치료 성공률이 50~60%에 불과하기도 했으나 약 5년 전부터 100% 완치에 가까운 신약이 개발돼 쓰이기 시작하면서 '정복 가능한 병'이 됐다.
애초 바이러스가 규명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성과도 낼 수 없었으므로, 이들의 공로가 크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특히 불과 30년 만에 바이러스 발견부터 질환의 완치 단계에 이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역시 "이들의 C형 간염 바이러스 규명으로 현재 95% 이상의 C형 간염 환자가 치료 가능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평했다.
과거 '침묵의 살인자'로 불렸던 C형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이 질환을 전 세계에서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들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더욱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처럼 단기간에 바이러스를 극복한 선례가 없다"며 "코로나19 유행 속 우리가 바이러스를 규명하고 퇴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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