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1만명 숨졌는데 최고수준 치료받은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지적
"조만간 선거전 복귀"…'코로나 이겼다' 내세워 막판반전 시도할듯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3일 만인 5일(현지시간) 병원을 나와 백악관에 복귀했지만 퇴원을 놓고도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월터 리드 군병원을 퇴원하기 몇 시간 전에 올린 트윗에서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정말 훌륭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며 "나는 20년 전보다 더 상태가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는 백악관 복귀와 함께 병을 이겨냈다는 체험담까지 내세워 향후 코로나19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며 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미국에서 21만명이 숨지고 750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입원 상태에서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을 하는 돌출행동에 나섰다가 격리 준수사항을 어겼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에도 그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위기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감염병 유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의 발언이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은 일반인이 받지 못하는 최고 수준의 의료 처치를 받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렇지 않다면서 잇따라 지적을 내놓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피츠버그대 의학센터의 데이비드 네이스 박사는 "코로나19는 미 국민에게 완전한 위협"이라며 "대부분의 국민은 대통령만큼 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사디야 칸 박사도 "그건 비양심적인 메시지"라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코로나19 확산을 촉진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와 제대로 격리돼 있지 않을 것이고 이번 감염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AP는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복귀해선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어 양복 주머니에 넣고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감염병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고 대통령 자신의 병이 그의 무신경한 태도를 재고하게 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상태인데도 백악관으로 복귀해 마스크를 벗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선거전에 복귀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코로나19 극복을 발판으로 막판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군병원을 떠나기 직전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다.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는 트윗을 올렸다.
여론조사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며 총력 선거전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그가 코로나 극복 성공담까지 더해 판세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국가에 매우 파괴적이고 위험했다"며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마이애미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서도 선거운동 메시지를 트윗하느라 바쁘다고 꼬집으면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말을 들어라. 마스크를 지원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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