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사흘만에 퇴원 결정…처방약물 놓고 건강 자신못해 우려도
참모 "재입원하면 더 안좋아" 설득도 안통해…"조만간 선거전 복귀" 트윗
대외행보 본격화까진 상당한 제약…당분간 치열한 비대면 선거전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입원을 마치고 3일 만에 백악관에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만류와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는 의료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3일 대선을 불과 29일 앞두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지고 있어 선거전 정상화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완치 때까지는 당분간 백악관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선거운동의 제약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을 '반전의 달'로 삼으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감염으로 큰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트럼프 건강은…의료진 "상태 좋다"지만 중증환자 약물 처방도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의료팀은 몸 상태가 좋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의료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초과했다면서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2시간 이상 열이 없었고 산소포화도 수준도 정상이라면서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의료팀의 장밋빛 설명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두 차례나 산소보충 치료를 받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한 일종의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이 주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방받은 렘데시비르 역시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 치료제라는 의견도 있다.
미 터프츠대 병원의 감염병과장인 헬렌 바우처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코로나19 감염 후 2주차 시작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며 통상 7∼10일 후 상태가 악화한다고 전했다.
◇참모들 만류에도 퇴원 고집…선거전 복귀 다급한 상황 반영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참모진이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퇴원을 주장했지만 참모들은 상태가 악화해 다시 입원할 경우 건강은 물론 선거전 차원에서도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요점은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몸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속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퇴원을 요구했지만 의료진이 이를 찬성하지 않았고 결국 차량에 탄 채로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수준의 '깜짝 외출'을 허용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생활을 지겨워할 뿐만 아니라 입원으로 인해 약하게 보일까 걱정한 탓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서두른 것은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전을 의식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막판 추격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병원에 발이 묶인 채로는 제대로 된 선거전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 그나마 숨통 트겠지만…당분간 제약 불가피 전망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전에서 10월은 반전을 목표로 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승부처로 꼽았던 지난달 29일 첫 TV토론에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여론조사 격차까지 벌어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까지 되면서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고, 추격의 고삐를 죄기 위해 계획한 선거 유세 일정은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퇴원 직전 올린 트윗에서 "조만간 선거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며 언론에 나오는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도 했다.
당분간 몸은 백악관에서 묶이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다양한 선거전을 공격적으로 펼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자신이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주장을 내세워 반격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전이 당분간 본궤도에 오르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강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양성 판정자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5일 예정된 2차 TV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지만 현재로선 TV토론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원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선거운동이 뒤죽박죽됐다"며 유세를 가장 강력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AP통신은 "상황은 분명히 바이든 방향으로 쏠리는 것 같다"면서도 "남은 29일이란 기간은 또 다른, 아니면 제3의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