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특이점…무슨일 벌어지는지 이해해야"
1960∼70년대 호킹 박사와 같은 문제 연구…생존했다면 공동수상 가능성
"학창시절 수학시험 잘 못봐…파워포인트 쓰긴 하지만 증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89) 옥스퍼드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수상 소식을 매우 특이한 상황에서 듣게 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펜로즈 교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아침에 수상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다"면서 "사실 약간 흔치 않은 경우였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 샤워실을 나와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노벨위원회는 펜로즈 교수가 일반상대성이론이 블랙홀 형성을 이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펜로즈 교수는 블랙홀과 관련한 가장 큰 수수께끼가 무엇인지를 묻자 중심에 위치하면서 밀도와 중력이 무한해지는 특이점(singularities)을 꼽았다.
그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특이점"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랙홀은 특이점으로부터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펜로즈 교수는 "물질이 중심으로 무너질수록 밀도는 점점 더 커지면서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팽창한다"면서 "우리는 중심에서 진행되는 물리학을 어떻게 묘사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밀도와 온도가 모든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펜로즈 교수는 만약 인류가 물리학의 법칙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이해하려면 특이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펜로즈 교수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업적 중 일부는 2018년 작고한 스티븐 호킹 박사와의 협업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동료들은 호킹 박사가 살아있었다면 노벨상을 공동수상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BBC 방송은 일반 대중이 블랙홀을 생각할 때마다 호킹 박사를 떠올리며, 펜로즈 교수와 호킹 박사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같은 문제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이 여러 해 동안 평행한 궤도를 달렸고,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점도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수학적 계산을 통해 블랙홀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낸 펜로즈 교수는 그러나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에 어려움을 느꼈다.
펜로즈 교수는 "나는 늘 느렸다. 수학은 잘하긴 했지만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펜로즈 교수는 "선생님은 곧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내가 잘해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첫 번째 원칙에서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천재 물리학자인 펜로즈 교수에게도 세상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을까.
펜로즈 교수는 자신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며, 이것이 여전히 곤경스러운 점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펜로즈 교수는 "나는 파워포인트를 증오한다. 사실이다"라면서 "때때로 쓰기는 하지만 언제나 참사와 같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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