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조정 전 서울시 공원 조성 가결…대한항공 "협의 계속"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시가 대한항공[003490]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 공원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제값 받고 땅을 매각하려는 대한항공이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됐다.
서울시가 공원 결정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고시를 일단 유보했지만, 사실상 공원 조성이 확정되면서 부지 매각 협상 주도권이 완전히 서울시로 넘어간 모양새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 3만7천141㎡의 특별계획구역은 폐지하고 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6월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 행정절차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서울시는 권익위 조정이 나오기 전에 공원화를 공식화했다.
서울시는 "권익위 중재를 고려해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결정 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권익위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권익위 조정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서울시 및 관계기관과도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대한항공 모두 권익위 조정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권익위 조정이 어떻게 나오든 서울시의 의지대로 송현동 부지에 공원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조정 결과는 권고일 뿐이라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협의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시 공원 부지 지정이) 협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게 없다"며 "조정에 속도를 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그 다음 주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가결이 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대한항공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이러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 결정에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공원으로 확정된 부지가 서울시가 아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서 매각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대한항공에 다른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자금 확보가 시급한 대한항공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시와의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 유일한 매각 절차가 됐다.
그나마 서울시가 2022년까지 매각 대금을 분할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LH공사를 통한 3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애초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대금을 신속히 지급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서울시가 LH를 통해 대한항공이 대금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매각 대금을 두고는 여전히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최소 5천억원에 송현동 부지가 매각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천670억원으로 산정했다.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을 산정하겠다고 했지만, 애초 제시한 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보유했던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서울시가 올해 5월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매각에 차질이 빚어졌다.
실제로 서울시의 공원 조성 추진 계획이 알려지고 난 뒤 진행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치며 관심을 나타낸 곳은 15군데나 됐지만,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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