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연합뉴스) 임화섭 윤종석 기자 =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003490]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LH가 "사업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시는 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북촌 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LH가 송현동 땅을 사서 공원으로 만들면 시가 시유지를 대신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송현동 땅을 두고 벌인 줄다리기를 끝내는 데 LH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정작 LH는 서울시 발표대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추석 전에 이런 제의를 한 적은 있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대안을 찾자고 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오늘 서울시가 사업 방안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LH가 끼어드는 3자 사업 방식을 발표했지만 핵심 역할을 맡게 된 LH가 이 사업을 부인하고 나선 셈이다.
가뜩이나 주택업계에선 서울시의 제의에 대해 의아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송현동 땅과 버금가는 좋은 시유지가 갑자기 나오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LH는 서울 주택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5·6 대책에 이어 8·4 대책까지 강구하며 서울의 택지 후보지를 찾아 나섰지만 이렇다 할 땅을 찾지 못했다. 가장 큰 노원구 태릉골프장도 군으로부터 겨우 받기로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서 공급대책을 마련하느라 서울 땅을 샅샅이 뒤졌는데 무슨 시유지가 남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LH에 대신 넘겨줄 땅에 대해선 "앞으로 시유지 중에서 찾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LH에 넘겨줄 땅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당사자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송현동 땅 매각을 추진해 온 대한항공도 공원 조성에 결사반대하고 있으나 혹시나 토지 강제수용쪽으로 사태가 기울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날 서울시 발표대로 LH를 통한 매각이 안 되고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토지 매매 협상도 안되면 서울시가 공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토지 강제수용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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