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추종 그리스 극우당의 몰락…법원 "황금새벽당은 범죄조직"

입력 2020-10-08 07:00  

나치 추종 그리스 극우당의 몰락…법원 "황금새벽당은 범죄조직"
창립자·전직 의원 등 범죄조직 운영·가담 혐의 유죄 판결
사실상 정치권서 퇴출…그리스 대통령 "민주주의 승리" 환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사법부가 나치를 추종하는 극우 정당 황금새벽당을 범죄 단체로 규정했다.
이로써 이민자 등에 대한 증오 정서를 바탕으로 40년 가까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한 이 당은 사실상 그리스 정치권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AP·dpa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법원은 7일(현지시간) 황금새벽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직 의원 18명의 범죄조직 운영 또는 가담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여기에는 황금새벽당 창립자이자 현 당수인 니코스 미칼롤리아코스도 포함돼 있다.
1980년대 네오나치 조직을 모태로 하는 황금새벽당은 1993년 정당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고, 2012년 총선에서 7%의 전국 득표율로 300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금융 위기 여파로 고강도 긴축 재정이 시행되던 와중에 시행된 당시 총선에서 황금새벽당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노골적으로 외국인 혐오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정치 테러 집단에 버금가는 폭력적 본성을 드러내며 사회적 우려를 샀다.
2013년 당시 33세의 좌파 성향 음악인 파블로스 피사스가 황금새벽당원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리스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좌파 정치인, 노조 활동가, 동성애자 등 그들의 이념에 맞지 않는 사람은 모조리 공격 대상이 됐다.
결국 이러한 정치 테러를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칼롤리아코스 당수를 비롯해 국회의원을 지낸 지도부 인사들이 범죄조직 운영·가담 등 혐의로 기소돼 줄줄이 법정에 서는 운명을 맞았다.
2015년 4월 심리가 시작된 이래 무려 5년 6개월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혐의에 대한 유·무죄만 따진 것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형량은 조만간 있을 별도의 재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미칼롤리아코스 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판결이 내려지자 파시즘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민은 법정 밖에서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반대로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은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현지에서는 이번 판결로 4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황금새벽당의 뿌리가 완전히 뽑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당은 작년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 3%의 문턱을 넘지 못해 원내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이날 판결과 관련해 전직 판사 출신인 에카테리니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민주주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극단적 정치 폭력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그리스에서 설 땅이 없다"고 환영했다.
보수 성향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도 "인종주의와 생각이 다른 이에 대한 증오에 대항한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승리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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