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E 4 변이형 작용 기제 첫 규명…기능 복원 유전자도 발견
MIT 피코어 연구소,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APOE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유전자다.
APOE 4 변이형을 가진 사람이 APOE 3을 가진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훨씬 크다. APOE 4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약 25%로 추정된다.
APOE 4가 알츠하이머병에 더 위험한 이유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APOE 4 변이형은 뇌의 '핸디맨(handyman)'으로 통하는 성상세포(astrocytes)의 이물 흡수 기능에 이상을 일으켰다.
엔도사이토시스(endocytosis) 또는 내포 작용이라고도 하는 이물 흡수는, 세포가 밖에 있는 단백질 등을 세포막을 이용해 삼키는 것을 말한다.
이온화돼 있거나 큰 분자로 이뤄진 물질은 소수성(hydrophobic)을 띠는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럴 때 동원되는 게 이물 흡수 기제다.
신경세포(뉴런)는 아니지만, 뇌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성상세포가 이물흡수를 제대로 못 하면 뉴런 간 신호 전달, 혈뇌장벽(BBB) 유지 등에 문제가 생긴다.
이번 연구는 MIT 산하 피코어 학습·기억 연구소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차이 리-후에이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고, 논문은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신 호에 실렸다.
같은 대학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일부 과학자도 논문의 공동 제1저자 등으로 참여했다.
8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또 다른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인 PICALM이 성상세포의 이물 흡수 결함을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APOE 4를 가진 성상세포에서 PICALM의 발현 도가 높아지면 성상세포는 정상적인 이물 흡수 기능을 회복했다.
차이 교수는 "APOE와 PICALM은 모두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라면서 "두 유전자가 함께 엔도사이토시스에 관여한다는 건 이물 흡수 결함이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실 APOE 4 유전자가 세포 이물흡수 이상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연구 보고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다.
MIT 연구진은 이번에 구체적인 작용 기제를 확인하고, 기능 이상을 복구하는 방법까지 찾아냈다.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성상세포와 유전자를 조작한 이스트(효모균)에 실험했다.
APOE 4를 가진 성상세포는 이물 흡수 초기에 주요 단백질이 급격히 감소하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이런 성상세포는 외부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APOE 4 유전자를 제거하자 초기 이물흡수의 이상 징후는 모두 사라졌다. 직접적 원인이 APOE 4 변이형에 있다는 증거였다.
이런 결과는 인간의 APOE 4과 APOE 3을 생성하게 조작한 이스트 실험에서 재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스트에서 이물 흡수 결함을 바로잡는 Yap 1802p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 단백질의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에 해당하는 인간 유전자가 바로 PICALM이다.
그러나 PICALM의 복구 기능은 APOE 유전자의 변이형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예컨대 APOE 3 유전자를 가진 성상세포에 PICALM이 높게 발현하면 오히려 이물 흡수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화이트헤드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이 연구에 참여한 프라얀카 나라얀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다수가 APOE 4 보유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APOE 4과 PICALM 유전자의 기능적 상호작용을 보고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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