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방침을 놓고 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금융 과세 선진화 방안에 따라 양도세 과세 대주주의 범위를 종전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내년 4월부터 양도차익의 22%에서 최고 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때 주식보유액은 주주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자녀, 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과 경영지배 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종목당)을 모두 합산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은 과세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면 대상자가 크게 증가하는 데다 이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 처분에 나설 경우 증시가 불안해질 수 있고,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면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폐기돼야 할 악법이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제도를 밀어붙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해임하라는 청원까지 올라 있다.
시장 참여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과세의 뼈대인 대주주 요건 3억원 기준은 유지하되 가족합산은 개인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족합산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지만 가족 분화가 일반화된 시대에 보유 주식의 정보 공유가 쉽지 않은 자녀, 손자, 외가, 외손자 주식까지 합산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현대판 연좌제'가 아니냐는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반발은 수긍할만하며 이를 인별로 전환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과 정치권이 유예 또는 폐지를 요구한다고 해서 대주주 기준 3억원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경제 규모나 증시 볼륨이 커지고 삼성전자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350조원에 달하는 마당에 3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했다고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들이 얻은 주식 매매 차익에까지 양도세를 면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 급여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나 최고 77%의 양도세가 부과되는 부동산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급증한 주식 양도세 대상자가 연말에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경우 주가 하락으로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조정되면 양도세 대상자가 1만명에서 9만명으로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이 주식을 던지면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일시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나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시장 속성을 감안하면 대주주 물량 출회로 시장의 기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정은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개인투자자의 2천만원 이상 주식 차익에 대해 2023년부터 양도세를 부과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금융세재개편안을 만들었다가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과세 기준선을 5천만원 이상 차익으로 대폭 후퇴한 바 있다. 국내 하위 20% 가구의 연 소득은 2천100만원에 불과하다. 거액의 현금 동원으로 보유한 주식을 팔아 2천만원 이상을 남긴 투자자나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3억원이 넘는 투자자들의 양도세를 면제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이며, 또 갈수록 악화하는 재정은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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