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베드로 성금' 부정 사용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금융 투명성 강화에 매진할 것임을 재차 천명했다.
교황은 8일(현지시간) 유럽평의회 돈세탁·테러 자금 감시 기구인 머니발(MONEYVAL) 조사팀과 접견한 자리에서 이러한 의지를 내비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예수가 상인을 신전에서 쫓아내는 장면을 그린 복음서 구절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신과 돈을 모두 섬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하는 일은 투명하고 깨끗한 재정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상인이 신성한 교회당에 투기를 일삼지 못하게 된다"고 치하했다.
머니발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정례 평가의 일환으로 지난주 바티칸을 찾아 교황청이 돈세탁 및 테러 자금 유통 방지와 관련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해왔다.
교황의 이례적인 조사팀 접견은 죠반니 안젤로 베추(72·이탈리아) 추기경의 베드로 성금 횡령 의혹이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치며 교황청 내 재무 활동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베추 추기경은 2014년 교황청의 심장부인 국무원이 전 세계 빈민 구호 등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으로 영국 고급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깊이 관여한 인물로, 당시 투자금을 마련하려 교황 개인 계좌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베드로 성금으로 자선단체·목공사업체 등을 운영하는 친형제들에게 경제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있다.
현재 바티칸 경찰이 영국 부동산 투자의 불법성 여부와 더불어 베추 추기경의 베드로 성금 부정 사용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추 추기경은 지난달 24일 예고 없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긴급 호출을 받은 뒤 곧바로 순교자·증거자의 시복 및 시성을 담당하는 시성성 장관에서 경질됨과 동시에 교황 선출 투표권 등 모든 추기경 권한도 박탈당했다.
하지만 그는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교황청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만성화된 금융·재무적 부패 구조를 꼽고 인사·제도 혁신을 통한 투명성 강화에 힘을 기울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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