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에 대만 방위력 제고 의지…중국은 "대결의 길에 출로 없어"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김진방 특파원 = 날로 거세지는 중국의 군사 압박으로 대만의 안보 상황이 1996년 '미사일 위기' 후 가장 심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방위력 제고 의지를 피력했다.
10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국경일(쌍십절) 기념사에서 "약함을 보이고 뒤로 물러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굳건한 방위 의지와 실력을 갖춰야만 대만의 안보를 보장하고 지역의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국방 실력 향상에 매진해 전쟁 위험을 줄이는 것이 현재의 국방 원칙"이라며 "바다 건너편의 군사적 확장과 도발에 직면해 우리는 방위 전력 현대화를 계속 강화하는 한편 비대칭 전력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대등하게 대하고 존중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원칙도 재확인했다.
차이 총통은 "베이징이 대만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양안 관계를 다루는 태도를 바꿔 대만과 공동 화해·평화의 대화를 한다면 지역의 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며 "현재 급선무는 상호 존중, 선의의 태도로 평화 공존의 길을 토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대만이 양안 관계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함부로 나아가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차이 총통의 기념사에 대해 적대 의식이 가득하고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국무원 대만 판공실은 이날 오후 발표한 기자 문답에서 "차이잉원의 기념사는 대결적 사고와 적대 의식을 드러내고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면서 "또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대만 민심을 혼란하게 하고, 민진당이 독립을 도모하고 있다는 본질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판공실은 이어 "양안 관계의 긴장을 조성하는 근본 원인은 민진당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진당은 양안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고, 독립을 도모하는 일련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은 끊어진 길이고, 대결의 길에는 출로가 없다"며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 역시 나쁜 결말을 초래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판공실은 또 "우리는 민진당이 독립을 도모하고, 도발하는 언행을 즉시 중단하기를 원한다"며 "더는 잘못된 길을 걷지 말고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의 정치적 기초 궤도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을 강령에 내건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대통령으로 현재 민진당 당수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총통 당선 이후 중국을 자극해 안보 우려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급진적인 독립 추구 노선을 걷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은 양안 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중국 쪽에서는 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 총통이 지속해서 탈중국 정책을 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허무는 미국과 밀착하면서 실질적으로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식의 불만이 팽배하다.
중국에는 대만의 공식 독립 선언 등 대만과 평화적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면 반드시 전쟁을 벌여 대만을 '복속'하도록 하는 반국가분열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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