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신형 IBCM 공개에 경고음…대선정국 변수 부상은 '글쎄'

입력 2020-10-1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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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 신형 IBCM 공개에 경고음…대선정국 변수 부상은 '글쎄'
미 고위당국자 "실망했다"며 북에 "비핵화 실질적 협상 촉구"
"트럼프 자극보단 대선 후 대미협상력 제고 염두" 해석 나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무기를 공개한 데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 목소리를 냈다.

11월 3일 대선에서 재선 고지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임이 틀림없지만 대선 정국 전체에 미칠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열병식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북한이 금지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반응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기가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는 이전보다 미국에 더 위협적인 것들이다.
신형 ICBM은 이미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1만3천km 추정 ICBM 화성-15형보다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형 SLBM인 '북극성-4형' 역시 최초 SLBM인 북극성-1형이나 작년 발사한 북극성-3형보다 외관상 직경이 약간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후 세 차례 북미 정상의 만남 등 북한을 향한 비핵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상황이라 대선을 앞두고 터진 북한발 악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성과를 갉아먹는 요인일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신형 무기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인 '레드라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는 핵 및 ICBM 발사시험에는 이르지 않은 것이다.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ICBM이나 SLBM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이다.
이는 북한 역시 새 무기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북한의 무력 진전을 과시하면서 협상력 제고를 위한 지렛대 확보에 방점을 둔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높이 평가하며 신뢰 관계를 강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진 이튿날 쾌유를 바라는 공개 전문을 보낸 사실을 두고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란 평가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미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며 "이번 열병식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신형 전략무기의 공개는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미사일 시험의 위험성 없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열병식에 실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북미 갈등 고조보다는 협상 복귀를 촉구하며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는 쪽에 방점이 찍힌 듯한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미 고위당국자가 2018년 북한의 비핵화 노력 등을 약속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언급한 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리의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지역의 동맹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다소 신중하고 원론적인 태도를 취했다.
북한의 신형 무기 공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전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선거전 전체에 미칠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대선에서 외교 사안이 쟁점으로 부상한 사례가 많지 않은 데다 실제로 이번에도 코로나19 대유행, 경기침체,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 미국 국내 문제가 선거전을 뒤덮은 양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열병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인 셈이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은 미 대선을 4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피했다"며 "많은 분석가는 북한이 미국 정부가 바뀔 가능성 때문에 대선 전에 진지한 협상이나 도발은 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의 대미 추가 조치가 미국의 대선 후에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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