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 줄었지만 소비도 감소 추세…"가격 급등락하지 않게 조치"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공익직불제를 도입한 첫해인 2020년산 쌀 수급은 균형 범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쌀 가격은 수확기 초기에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됐지만, 재배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만생종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이달 하순부터 점차 안정화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산 쌀 수급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 수확기 출하 물량을 안정적으로 매입하고, 쌀값 추이 등을 보면서 산물벼(수확 후 건조하지 않은 벼) 인수·인도 등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 쌀 생산·소비 모두 감소…가격 이달 하순부터 안정화
농식품부는 11일 발표한 '2020년도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에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1만3천t 감소했지만, 소비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수급은 균형 범위 이내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는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쌀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쌀 수급안정장치'를 제도화한 첫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8일 관계 부처, 생산자·유통인·소비자단체 대표, 전문가·학계가 참여하는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올해 수확기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15일 기준 2020년산 쌀 예상 생산량은 363만1천t이다.
재배면적 감소 폭은 4㏊로 크지 않았지만, 지난 6∼7월 집중호우와 연속된 태풍으로 출수가 지연되고 낟알 수가 감소하는 등 작황이 평년보다 좋지 않아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1만3천t 줄었다.
하지만 최근 쌀 수요가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급은 균형 범위 안에 있고, 올해 양곡연도말(10월 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는 106만t 수준으로 쌀 공급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15년 62.9㎏에서 2016년 61.9㎏, 2017년 61.8㎏, 2018년 61.0㎏, 2019년 59.2㎏ 등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에 양곡수급관리위원회는 수급관리기준 상 정부의 별도 시장격리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올해 산지 쌀값은 2019년산 재고 소진, 2020년산 수확 지연 등의 원인으로 수확기 초기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지난 5일 산지 쌀값 한포대(80㎏)의 가격은 21만9천288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 18만9천964원보다 3만원가량 비쌌다.
다만 전체 쌀 재배면적의 91%에 해당하는 중만생종이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쌀값도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 쌀값 추이 보며 필요한 조치…식량안보 문제 없어
농식품부는 2020년산 쌀 수급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수확기 출하 물량을 적절히 매입하고 쌀값 추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수확기 중 35만t을 공공비축하는 동시에 산지유통업체에 벼 매입자금을 지난해보다 6.5% 많은 3조3천억원을 지원해 수확기 출하 물량을 안정적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태풍 등으로 인한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중 쌀의 품위 저하를 막기 위해 피해벼 농가의 희망 물량도 매입한다.
쌀값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시장 여건을 고려하며 수요조사 등을 거쳐 적절한 시기에 산물벼 인수 여부도 결정하기로 했다.
떡, 도시락 등 영세업체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양곡 가공용 쌀 1만2천t을 연말까지 추가 공급한다.
수확기 쌀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자 11∼12월 국산·수입산 쌀 혼합, 생산연도 혼합 등 양곡표시제도 특별단속을 추진하고 정부양곡 유통·관리 실태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확기 초기 산지 쌀값 또는 쌀 최종생산량 확정 등을 고려해 수급 상황을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수급안정조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량안보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식량용 쌀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훨씬 많은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이기 때문에 적정 재배가 필요하다"며 "쌀 수급 균형과 밀·콩 등 자급기반 확보를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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