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기여금 369억원…대통령은 기구 탈퇴 위협 발언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2년째 기여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2018년분 기여금을 지난해 냈으며, 이후 지난해와 올해 기여금은 아직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브라질이 WHO에 밀린 기여금은 3천200만 달러(약 368억8천만 원) 규모라고 UOL은 전했다.
국제기구 기여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브라질 경제부는 "최근 수년간 브라질이 관련된 100여개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시급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국제기구에 대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가 WHO에 기여금을 내지 않고 있는 이유로 재정적 문제 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편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며 재정 지원을 축소하고 지난 7월에는 WHO에 탈퇴까지 통보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지난 6월 CNN 브라질과 인터뷰에서 "WHO가 이념적 편견 없이 일하지 않는다면 탈퇴하겠다"면서 "미국은 이미 WHO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이어 WHO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로 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며칠 전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말라고 권고하더니 스스로 시험을 재개했다"고 비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복용한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사용 확대를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WHO 탈퇴 발언에 대해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피해 확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과 함께 국제 보건 분야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말대로 WHO에서 탈퇴하면 백신 공급과 코로나19 치료 등에서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도 브라질이 WHO를 탈퇴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작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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