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복귀한 북극 원정대가 전한 실상…"북극해가 죽어간다"

입력 2020-10-12 15:55  

1년만에 복귀한 북극 원정대가 전한 실상…"북극해가 죽어간다"
원정대장 "수십년안에 얼음 없는 북극 목격하게 될 것" 경고
배에 계란 1만4천개, 우유 2천ℓ 싣고 북극해 원정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20여개국 300여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북극 원정대가 1년여만에 북극이 죽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거를 대거 갖고 복귀했다고 AFP통신과 독일 언론 등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원정대는 "북극해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목격했다"고 실상을 전하면서, 온난화가 지속한다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여름에는 얼음이 없는 북극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북극성호는 1년 넘게 얼음 속 북극을 표류하다가 이날 브레머하펜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9월 20일 노르웨이 트롬소를 출발한 지 389일 만이다.
북극성호에는 20여개국에 300여명의 과학자가 탑승해 직접 북극 일대에 기후 온난화가 미친 극적인 영향에 대한 생생한 자료를 수집했다. 원정대는 원정 기간 동안 극야와 영하 39.5도의 기온, 북극곰 20마리를 목격했다.
원정을 이끈 마르쿠스 렉스는 AFP통신에 "우리는 북극해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목격했다"면서 "창문 밖으로, 또는 부러질 것 같은 얼음을 밟으면서 북극해가 죽어과는 과정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해의 얼음이 얼마나 녹아 사라졌는지 강조하면서 원정대는 얼음이 수면의 10분의 1 이하인 개빙구역 광범위한 부분에서 운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빙구역이 수평선만큼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경우도 일부 있었다고 덧붙였다.


렉스 원정대장은 "북극에서 우리는 형편없이 침식되고 녹은 얇고 부러질 것 같은 얼음을 발견했다"면서 "만약 북극에서 온난화가 지속한다면 수십 년 내에 우리는 여름에 얼음이 없는 북극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과학자들의 관측은 올해 여름 북극해의 해빙이 2012년 이후 최소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국 위성 사진 관측 결과와 일치한다.
모자이크(MOSAIC)라고 이름 붙여진 북극성호 원정대는 1년 넘게 기후변화가 북극과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대기와 바다, 해빙, 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북극성호 반경 40km 내에 해빙 4곳에 관측소를 세우고 극야 때 얼음 아래에서 식물 플랑크톤과 박테리아 등을 연구하고 극단적인 조건에서 해양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해수표본을 채취했다.
약 1천900억원(1억4천만 유로)이 들어간 원정대는 150테라바이트의 자료와 1천개가 넘는 얼음 표본을 수집하고 복귀했다.
렉스 원정대장은 "원정대는 여러 차원의 결과를 낼 예정"이라며 "일 년 넘게 100파라미터 이상을 관측했기 때문에 이 결과가 북극과 기후체계를 이해하는데 돌파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자료를 분석하는데 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원정대는 앞으로 20년, 50년, 100년 후 혹서와 큰비, 폭풍이 어떤 모습일지 전망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되살아나는 우여곡절도 거쳤다. 원정대의 식사를 마련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첫 3개월간 배에 실린 먹거리는 계란 1만4천개, 우유 2천ℓ, 스웨덴 순무 200kg 등이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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