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북극곰에게 공격을 당한 러시아 남성이 죽은 척 하는 '기지'를 발휘, 위기를 모면했다.
12일 미 온라인매체인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에 따르면 순록을 키우는 블라디미르 슬렙초프(50)는 러시아 북극권 볼쇼이 랴홉스키 섬에서 북극곰에게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지만 죽은 척을 해 구사일생했다.
슬렙초프는 순록 목부(牧夫)들이 습식 사우나로 쓰는 오두막에서 어미 북극곰 한 마리와 새끼 북극곰 두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파괴된 식량 저장고와 여기저기 흩뿌려진 식량들이었다"면서 "갑자기 큰 곰이 사우나 오두막 밖으로 뛰쳐나왔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사우나 오두막에서 나온 어미 곰은 슬렙초프를 향해 달려들었고, 슬렙초프는 머리와 얼굴, 다리, 팔 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슬렙초프는 곰들이 자리를 뜰 때까지 죽은 척했고 화를 면했다.
이후 슬렙초프는 가까스로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국은 해당 북극곰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키만 사냥클럽의 알렉산드르 타스티긴은 "(해당 북극곰을 찾아 안락사시키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르웨이 북극권의 스피츠베르겐섬에서도 요한 야코부스 코테(38)가 천막 안에 있다가 북극곰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사냥터가 좁아지고 있다"면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사람이 사는 곳까지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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