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자유 두둔하던 페북, 홀로코스트 부인 게시물 차단한다

표현자유 두둔하던 페북, 홀로코스트 부인 게시물 차단한다
관련 게시물 삭제ㆍ권위있는 출처로 사용자 안내
"나쁜 표현은 좋은 표현으로 대응"이라던 저커버그, 입장 선회
생존자 단체들 환영…"10년이나 지나 정책 바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페이스북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게시물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홀로코스트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을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홈페이지 등 권위 있는 출처로 안내할 방침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확산 중이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무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새 정책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페이스북은 자사 플랫폼 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게시물들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홀로코스트 생존자 단체,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받아왔다.
저커버그는 2018년 IT전문매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잘못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폭력이나 위해를 명백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불쾌한 콘텐츠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비판이 일자 그는 자신도 유대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이 매우 모욕적이지만, "모욕적인 나쁜 표현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표현을 통해서라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이랬던 저커버그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일과 홀로코스트를 축소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끼치는 피해 사이에서 발버둥 쳐왔다"며 "반유대주의 관련 폭력이 늘고 있다는 데이터를 보며 내 생각과 더불어 페이스북의 혐오표현 관련 정책들도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정책 선회의 배경에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속해서 촉구해온 생존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노력이 있었다.
나치로부터 피해를 입은 전 세계 유대인들을 지원하는 대독유대인청구권회의는 올 여름부터 페이스북에서 '#부인하지 말라'(#NoDenyingIt)는 해시태그 확산 캠페인을 벌이며 생존자 증언을 담은 영상을 하루에 1건씩 올려왔다.
이 단체 측은 페이스북의 새 정책에 대해 "반유대주의 증폭을 막는 중요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세계유대인회의(WJC)의 로널드 로더 의장 역시 "페이스북은 홀로코스트 부정이 반유대주의의 한 형태이자 혐오표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일각에선 페이스북의 뒤늦은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미 인권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자신들이 2011년부터 홀로코스트 부인을 막아달라고 촉구했지만 10년이 페이스북이 지나서야 플랫폼 정책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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