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의원 국감 자료…"수요기업 셀프 등록해 수억원 이득"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관련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중소기업의 자격을 획득하고, R&D 사업 한 건당 수억 원 규모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에서 제출받은 '수요기업 참여 R&D 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대기업이 중소기업 자격으로 혜택을 받는 '수요기업'으로 대기업 자신을 등록한 사례가 14건 확인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대책을 마련하면서 R&D 결과에 대한 수요기업이 있을 경우 R&D 과제의 정부 출연금을 확대하고 민간부담분을 줄이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가령 한 기업이 '개발기업'으로서 R&D 과제 수행을 준비하며 해당 R&D의 결과를 활용할 '수요기업'을 찾아 등록하면 민간부담금을 50% 줄여주고, 민간부담분 중 현금 부문을 3분의 2 수준까지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수요가 있는 R&D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대기업들이 정부 출연금을 더 타내고 부담해야 할 민감 부담금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수요기업으로 참여하기만 하면 기업 유형과 관계없이 중소기업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의 단서 규정으로 인해 대기업이 개발기업으로서 수행하는 R&D 과제의 수요기업으로 대기업 자신을 등록하는 소위 '셀프 등록'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일례로 대기업인 A중공업은 셀프 수요기업으로 등록한 뒤 민간부담금을 5억2천만원에서 1억2천900만원으로 감액받았다. C전선은 민간부담금 4억600만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1억원만 부담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꼼수에 과제를 선정하는 산기평 내에서도 선정 가부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으나 행위 자체가 문언상 금지돼있지 않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실제 대기업이 개발기업과 수요기업 지위를 동시에 누리는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수준의 혜택을 받아 가는 것은 완전한 편법"이라며 "산기평은 수요기업을 엄격히 심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요기업의 정의와 혜택을 제도 취지에 맞게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셀프 수요기업 중 대기업의 편법 혜택 사례(단위: 천원)
┌────┬────┬─────────────┬─────────────┐
│ │정부출연│민간부담금│ 민간부담금 중 현금부담금 │
││금 │ │ 부문 │
││├────┬────┬───┼────┬────┬───┤
│││ 원칙 │ 실제 │ 차이 │ 원칙 │ 실제 │ 차이 │
│││││ │││ │
│││(개발기 │(수요기 │ │(개발기 │(수요기 │ │
│││업으로만│업으로도│ │업으로만│업으로도│ │
│││ 신청) │ 등록) │ │ 신청) │ 등록) │ │
├────┼────┼────┼────┼───┼────┼────┼───┤
│A 중공업│9,900,00│ 523,818│ 129,000│394,81│ 314,291│ 51,600│262,69│
││ 0│││ 8│││ 1│
├────┼────┼────┼────┼───┼────┼────┼───┤
│ B 조선 │2,880,00│ 44,098│ 10,700│33,398│ 26,459│ 4,280│22,179│
││ 0│││ │││ │
├────┼────┼────┼────┼───┼────┼────┼───┤
│ C 전선 │7,600,00│ 406,061│ 100,000│306,06│ 243,636│ 40,000│203,63│
││ 0│││ 1│││ 6│
└────┴────┴────┴────┴───┴────┴────┴───┘
※ 자료: 강훈식 의원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br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