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자들과 면담 후 11월 말에 시정연설 할 것"
이틀 전 변경된 일정 발표…야권 "중국 입김 강화" 비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오는 14일로 예정됐던 시정연설을 불과 이틀 앞두고 연기하자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홍콩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행정장관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중 진영에서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에 처한 홍콩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람 장관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람 장관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시 경제특구 40주년 기념 행사 참석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시정 연설을 11월 말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이달 말 베이징을 방문해 중앙정부에 홍콩의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겠다면서, 중국 당국자들과의 면담 이후 시정 연설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행정장관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시정 연설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연기된 전례가 없다면서, 람 장관이 사실상 자신의 법적인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지도자는 1969년부터 매년 10월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가을 회기 때 시정연설을 해왔으며, 이 전통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이어져 왔다.
람 장관도 2017년 3월 취임한 후 매년 10월 시정 연설을 통해 향후 1년 동안 홍콩을 이끌 주요 정책과 방향을 제시했다.
행정 장관이 시정연설을 하고 나면 입법회는 이듬해 초 국가 예산을 발표하기 전까지 시정연설에서 소개된 정책과 관련한 논의를 한다.
야권은 람 장관이 시정연설을 11월 말로 연기함으로써 입법회가 관련 논의를 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비판한다.
람 장관은 14일 열리는 선전시 경제특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저녁 선전으로 떠났다. 이 행사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다.
야권은 람 장관의 시정 연설이 미뤄진 것이 이 행사 때문이며, '일국 양제'를 수호해야하는 홍콩의 행정장관이 모든 결정을 중국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중 진영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한 홍콩의 정치·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람 장관의 결정을 지지했다.
또한 람 장관이 중국 지도부를 만나고 온 후 좀 더 내실 있는 정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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