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의료진 "3시간 이상 이동, 몸 힘들지만 의사 필요한 환자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를 만나기 위해 200㎞를 오가는 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몸은 고되지만 의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던 환자들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규형 순환기내과 교수(전 병원장)와 한성우 진료부원장은 각각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 200㎞ 거리의 서산의료원에 가 환자를 만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순환기내과 교수가 없는 서산·태안 지역 거주민을 위해 공공병원인 서산의료원과 진료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충남 서북부인 서산·태안 지역에는 148만 지역주민들이 살고 있다. 지역 특성상 고령층이 많아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심장판막증 등 심혈관질환 환자가 많다. 그러나 지역의 유일한 공공병원인 서산의료원은 심장과 혈관질환을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의사를 못 구해 애를 먹어왔다.
실제 이 지역에서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이나 대도시의 대학병원까지 가야만 했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진료를 받으러 다시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이어졌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이러한 지역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10월부터 소속 순환기내과 교수 2명을 서산의료원에 파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교수는 월요일과 목요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왕복 200km 거리의 서산의료원까지 직접 내려가서 진료를 보고 있다.
이들은 진료가 있는 날이면 새벽 6시에 출근해 담당 환자들의 상태를 살핀 뒤 오전 7시에 병원 차를 타고 서산의료원으로 이동한다.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서산의료원에 도착한 뒤 이곳의 다른 의료진과 같이 오전 8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지역에 뛰어난 순환기내과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두 교수의 진료가 있는 날에는 적잖은 환자들이 몰린다. 그동안 심혈관질환을 봐줄 의사가 없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있던 환자들이 많다. 진료실에서 몇 년 전 처방전을 꺼내 들었다는 환자도 있다.
안면도에 사는 63세 남성 A씨는 최근 심장이 안 좋아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병원에 왔다. 진료 결과 심장혈관에 협착이 생기는 협심증이 의심돼 정밀진단을 받았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먹는 약 때문에 생긴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생각했었는데 협심증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었다"며 "가까운 곳에 진료를 봐주실 의사가 있어서 조기에 병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이곳에서 하루 평균 4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 대부분 처음 진료를 보는 환자여서 상태를 파악하고 검사를 하는 데에만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가 몰리는 날이 많아 진료가 끝나는 시간을 한참 넘긴 저녁 7시까지도 진료가 이어질 때가 많다. 이러한 생활이 이날로 꼬박 1년째다.
한 교수는 "하루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고 환자들도 많아서 한번 다녀오면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서 진료를 시작한 뒤 환자들로부터 '이번에는 제발 계속 머물러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몸은 힘들지만 의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도 서산의료원에서의 진료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 덕분에 적기에 치료를 받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도 있었다.
한 교수는 최근 가슴에 통증을 느껴 서산의료원을 찾은 50대 환자에게 심전도와 심장초음파를 시행하고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했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교수는 직접 구급차에 동승해 환자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 이송했고, 완전히 막혀있던 우측 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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