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에서라도 맞혀야 하나…전문가 "어린이 접종은 소아과에서"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불량'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용 백신이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소아청소년과 일선 병원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만 12세 이하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날 연합뉴스가 직접 확인한 서울 소재 소아청소년과 병원 5곳의 경우 백신이 1∼2일 전부터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3곳은 물량이 전부 떨어졌고, 나머지 2곳은 유료 백신 일부만 남아있다고 답했다.
성동구 한 소아과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무료독감은 없어서 지금 다 소진됐고, 비용 드는 것(유료 백신)만 일부 있으니 이거라도 가능하다면 오시면 되고, 아니면 근처 다른 병원 알아보시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한 소아과 병원 관계자도 "평소 같으면 '물량 들어오면 연락할 테니 그때 오시라'고 하는데, 지금은 물건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기다렸다가 못 맞는 아이들이 생길까 봐 '어디든 약이 있으면 맞으시라'고 안내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소아용 무료 백신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 제약사들의 생산 동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료접종용 백신은) 질병관리청이 제약사에서 1만410원에 구입한다.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2만원 넘는 가격에 (유료로) 팔 수도 있는데 무료 물량을 왜 공급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심의위원회에서 1만5천원대로만 잡아줬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성인용'과 '어린이용' 백신에 구분이 없는만큼, 소아과가 아닌 내과에서라도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독감백신을 맞혀야 할까?
임 회장은 "당연히 안된다. 소아과에서 맞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소아과에서 백신을 따로 접종하는 이유는, 정확한 부위에 정확한 방법으로 접종을 해야 항체가 잘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돌 미만 아이들은 허벅지 살 많은 부위에 접종하기도 한다"며 "(소아용 백신은) 간호조무사 등이 내과에서 접종하는 어른 대상 백신과 달리 소아과 전문의가 정확하게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접종은 지난 9월 25일부터 시작됐다.
당초 만 13∼18세를 대상으로 한 접종 사업은 지난 9월 22일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백신 일부가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돼 접종 시작 하루 전 전면 중단된 후 이달 13일 재개됐다.
만 13∼18세 이하 무료 접종의 경우 보건소에서 백신을 일괄적으로 구매해 의료기관에 배송하지만, 만 12세 이하는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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