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자유투어·여행박사 등 인력 감축…줄폐업 위기감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이태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부 여행사가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감원에 이은 중소 여행사의 줄폐업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3~5월 유급휴직에 들어갔다가 6월부터는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아직은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향후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여행사는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섰다.
NHN여행박사는 지난 7일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전날까지 신청을 받았다.
NHN여행박사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인원수를 별도로 공지하지 않았다. 다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이후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무급휴직 직원 외 현재 근무 인원인 10명 정도를 제외하고 250명 정도 감축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NHN여행박사는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일반 내선 번호를 통한 고객 상담도 중단한 상태다. 모든 문의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서만 받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300명이 넘는 여행 부문 직원 중 3분의 1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줄였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9월부터 6개월 동안 무급휴직 실시 방침을 내놓으며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희망퇴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자유투어도 구조조정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명 수준이던 직원 수를 30명 이내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투어는 올해 상반기 13억4천만원의 영업 손실을 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7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1억5천만원으로 추락했고, 지난 2분기 매출은 1억3천만원에 그쳤다.
여행사들이 무급휴직을 하던 중에 경영 악화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감원에 나서면서 이후 여행사 줄폐업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여행사는 2만1천671개로 지난해 말보다 612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는 938개 적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장 코로나19 문제가 개선될 상황이 아니다 보니 여행사들의 폐업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무급휴직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도 없고 직원들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도 관광업계 종사자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한 관광업계 종사자는 "여행업을 너무 좋아해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이곳으로 온 지 5년째인데 결혼과 출산 후 돌아오니 코로나19로 회사가 쑥대밭이 되고 동료들은 줄줄이 퇴사했다"며 "비전이 보이지 않아 사직서를 쓰고 마지막 날인데 이 업(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여행사 직원은 "여행업이 좋아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눈물 난다"는 글을 남겼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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