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준청문회 사흘째…공화, 배럿 보수성향·일곱자녀 양육 등 강점으로 부각
민주 오바마케어·낙태권 폐지 가능성 들어 연이틀 공세…배럿은 즉답 피해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정말 궁금합니다. 집에서 빨래는 누가 합니까?"
미 대선을 20일 앞두고 14일(현지시간)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청문회에서 공화당 존 닐리 케네디 상원의원이 물었다. 입양한 두 자녀까지 일곱 자녀를 키우며 판사로 일해온 배럿 지명자의 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배럿 지명자는 웃으며 "아이들이 각자 책임을 지도록 노력하지만 늘 그런 노력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빨래가 많다"고 답했다. 케네디 의원은 "아주 인상적"이라면서 질문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부끄러움 없이 낙태에 반대하고 사과 없이 자신의 믿음을 끌어안는 여성을 (연방대법관에) 지명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며 배럿 지명자의 보수 성향을 부각했다.
배럿 지명자가 연방대법원에 들어가면 6대 3의 보수·진보 구성으로 1973년의 낙태권 인정 판결이 뒤집힐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낙태 반대와 총기 소지 등의 이슈에 민감한 미 보수진영은 낙태권 인정 판결 번복을 기대한다.
민주당은 전날 청문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배럿 지명자의 연방대법원 합류에 따라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이 폐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사면권'을 주장해온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이러한 권한이 인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여성의 낙태권이나 유색인종의 투표권이 배럿 지명자로 인해 제대로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는 공세도 이어졌다.
배럿 지명자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관점을 밝히기보다 즉답을 하지 않으며 논란 점화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대선 직후 연방대법원 심리가 예정된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이라며 민주당의 공세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대통령의 '셀프사면권'에 대해서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도 "소송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문제이고 내가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우편투표의 중요성을 묻는 질의에도 "내가 관점을 제시할 수 없는 정책적 사안"이라고만 했다.
배럿 지명자는 아들이 전날 청문회를 지켜보며 마음이 많이 상했다며 민주당의 공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배럿 지명자의 일곱 자녀는 공화당이 중요하게 내세운 강점 중 하나다. 전날에도 배럿 지명자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적 질문에 '입양한 흑인 자녀와 함께 울었다'고 답변, 질문을 무색하게 하기도 했다.
미 상원 법사위는 12일 인준청문회를 시작했으며 본격 질의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15일엔 증인들을 불러 배럿 지명자가 적격한 인물인지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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