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수사 종료 주장 무색…국제투명성기구 "부패척결 노력 후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상원의 여권 원내부대표가 공금 유용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현 정부에 부패가 없다고 자신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전날 북부 호라이마주의 주도(州都)인 보아 비스타시에서 벌인 단속을 통해 중도우파 민주당(DRM) 소속 시쿠 호드리게스 상원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예산을 빼돌리는 데 연루된 사실을 적발했다.
연방경찰은 호드리게스 의원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그의 속옷에 숨겨진 돈을 포함해 최소한 10만 헤알(약 2천만 원)의 현금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드리게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공금 유용 의혹을 부인했으나 연방경찰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장비 구매 등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예산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일부 정당과 제휴해 친정부 여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호드리게스 의원은 상원에서 여권 원내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부패가 더는 없다며 권력형 부패 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현 정부에는 부패가 없기 때문에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으로 7년째 계속되는 권력형 부패 수사를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패 수사에 참여해온 검사들은 "대통령이 부패 척결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면서 "부패 수사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검사들은 "'라바 자투'는 고질적인 부패를 없애기 위해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벌이는 수사"라면서 여론조사에서 부패 수사가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을 정도로 시민사회가 '라바 자투'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판사로 있으면서 '라바 자투' 수사를 이끈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브라질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에서 부패 척결 노력이 후퇴할 수 있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브라질에서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수주의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오데브레시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은 중남미 각국으로도 확산했다. 오데브레시는 2001년부터 공공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대가로 중남미 9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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