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나' 주인공 율 브리너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서 태어나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 열려…사업가 할아버지 조선서 벌목사업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율 브리너,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태어난 왕이자 방랑자"
지난 16일 오후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아르카' 갤러리에서는 태평양-자오선 영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할리우드 스타 율 브리너(Yul Brynner·1920∼1985년)의 사진전이 열렸다.
율 브리너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배출한 스타다.
1920년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1927년 어머니를 따라 중국 하얼빈(哈爾濱)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기 직전까지 러시아 극동의 중심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활했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시즌이면 율 브리너와 관련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올해는 율 브리너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영화제 주최 측은 율 브리너의 유년기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담긴 30장 가까이 되는 사진을 모아 기념전을 열었다.
전시관 관계자는 "전시관에서 율 브리너의 아들에게 직접 우표를 작성해 보내는 행사도 마련했다"면서 "많은 관객이 전시관을 찾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전을 찾은 나이 지긋한 한 신사는 기자에게 "율 브리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일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일 것이라면서 최고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의 높은 관심은 3층 노란색 건물로 율 브리너가 태어나고 자란 건물 인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일반 기업들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 외벽에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1920년 7월 11일에 율 브리너가 태어났다'라는 문구가 담긴 동판이 걸려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왕과나' 출연 당시 위풍당당했던 율 브리너를 형상화한 동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왕과 나'는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된 율 브리너의 대표작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2012년 9월 동상이 세워졌을 당시 그의 아들인 록 브리너가 참석하기도 했다.
율 브리너의 할아버지는 조선과 인연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인 율 이바노비치 브리너는 조선에서 목재 거래를 위한 회사인 조선목재상사를 설립했다.
율 브리너의 아들 록 브리너(Rock Brynner)는 2009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 증조부가 체포되고 재산을 압수당하는 바람에 당시 7살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중국 하얼빈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 후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벌목업을 하는 등 사업을 하는 관계로 아버지는 어린 시절 매년 여름을 한국에서 보내 '서머 코리안 보이'라고 불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4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율 브리너는 195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에 출연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그의 주요 작품은 '왕과 나', '십계', '솔로몬과 시바 여왕', '황야의 7인' 등이 있으며 1985년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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