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의 와중에 당시 국체(國體)이던 일왕을 위해 숨진 사람을 영새부(靈璽簿·이름 등을 적어 놓은 명부)로 봉안하는 야스쿠니(靖國)신사는 큰 제사를 의미하는 대제(大祭)를 매년 봄(4월)과 가을(10월)에 정기적으로 올린다.
춘·추계 '예대제'(例大祭·레이타이사이)로 불리는 두 제사는 야스쿠니신사가 치르는 수많은 연중 행사 중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취임 후 처음 맞은 올해 추계 예대제 첫날인 1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처럼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바쳤다.
야스쿠니신사는 마사카키를 봉납할 수 있는 제사를 춘·추계 대제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마사카키 봉납은 일반 공물을 바치는 것과 비교해 한층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마사카키의 정식 명칭은 '사카키'로, 신단 또는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상록수의 일종)다.
그러나 사카키는 온대성이라 도쿄를 포함하는 간토(關東) 이북 지역에선 잘 자라지 않아 유사종인 '히사카키'(非?·사카키가 아니라는 뜻)가 대체품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 '히사카키'와 구분하기 위해 보통 사카키를 '마사카키'(진짜 사카키)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신사 경내에 주로 심는 사카키는 일본에선 오랜 옛날부터 제사용품으로 쓰였다.
이 나무만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나무목<木> 변에 귀신 신<神>을 합친 ?)가 생겨난 배경이다.
일본식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카키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통해 약 30㎝ 높이 기준으로 3천~4천엔(약 3만3천원~4만4천원)에 살 수 있다.
제2차 집권 시작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를 참배한 뒤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공물 봉납으로 참배를 대신했던 아베 전 총리는 매년 춘·추계 예대제 때 사비(私費)로 마사카키를 바쳤다.
아베가 총리 재직시 야스쿠니에 봉납해 온 마사카키 가격은 5만엔(약 55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중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매년 8월 15일에는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료를 보냈다. 다마구시는 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달아서 신전에 바치는 제물(祭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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