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팬데믹 지겨워해"…CNN방송·앵커·파우치 '무차별 공격'
선거전 막판 치달으며 유세 등서 자극적 언사로 지지층 결집 시도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역전에 다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자신의 발목을 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며 자신과 '앙숙' 사이인 CNN방송은 물론 코로나 태스크포스(TF) 소속인 'Mr.쓴소리'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까지 사정없이 총질하는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막말과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 뉴욕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州) 프레스콧 유세에서 CNN방송과 CNN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를 향해 화풀이하듯 막말 공격을 퍼부어댔다. 선거판을 자신에게 불리하게 왜곡시키기 위해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성을 과장,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린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팬데믹에 지겨워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라며 "여러분이 CNN을 틀면 그들이 보도하는 것은 온통 코로나19,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코로나19, 코로나19, 코로나19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그런지 아는가. 그들은 모든 이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CNN,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당신네 '바보 자식들' 말이다"라고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쿠오모를 경멸적 별명인 '프레도'로 칭하며 "여러분은 이 사람 프레도가 나오는 것을 시청한다. 그는 형편없는 시청률을 얻었다. 여러분은 프레도를 아는가"라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그는 끔찍한 시청률을 얻는다. 그는 팬데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것(코로나19)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동생이기도 한 쿠오모는 지난해 8월 이탈리아계인 자신을 '프레도'라는 이름으로 부른 행인에게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라며 격하게 항의, 언쟁을 벌이다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프레도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를 다룬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무능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인물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쿠오모를 조롱할 때마다 '프레도'라는 호칭을 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오모가 지난 3월 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자택 지하에서 자가격리하며 방송을 진행했던 것을 염두에 둔 듯 "나는 그가 걸렸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가 걸렸는지 확실히 모른다"면서도 "그는 지하실로 갔다. 그때가 시청률이 올라간 유일한 때"라고 비꼬았다.
이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했다"며 이론적으로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 쿠오모의 형인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에 대해서도 뉴욕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등을 들어 맹비난을 가했다고 미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남은 마지막 2주간 역사상 최대 규모 유세들을 열 것이라면서 코로나 19 팬데믹이 백신 개발로 곧 종식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명의 지지자 앞에서 CNN을 조롱했다며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캠프 참모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파우치 소장에 대해 "사람들은 파우치와 이 모든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데 진절머리를 낸다"며 파우치 소장을 '재앙', '멍청이'라고 부르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 통화에서도 "백신이 있든 없든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지겨워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더 힐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유세에서는 "내가 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진다면) 나는 아마 안 좋은 상태일 것이다. 나는 미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폭탄발언을 하는 등 막판 뒤집기를 위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자극적인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