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퇴안해" 국왕 "군주제 사랑하는 국민 필요"…개헌은 가능?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정부와 시위대가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태국 반정부 시위사태가 내주 초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군주제 개혁·군부제정 헌법 개정'이라는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에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않았던 정부가 '의회 논의'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21일 사설을 통해 "교착상태가 계속될 수는 없다"면서 "생산적인 중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황은 언제라도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며 의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중재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의 지적대로 의회가 중재에 실패할 경우,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오는 26~27일 정국 해법을 논의할 의회에 태국 안팎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기존에 나온 발언을 고려하면 반정부 시위대의 세 가지 핵심 조건 중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은 의회 논의를 통해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16일 5인 이상 정치 집회를 금지한 비상 포고령 승인을 위해 열린 특별 내각회의 직후 언론과 만나 "그만두지 않는다"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의회 논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던 19일에도 군주제 개혁 요구에 대해 정부는 군주제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모든 태국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15일 한 행사에서 "태국은 국가를 사랑하고 군주제를 사랑하는 이들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태국의 왕실과 기득권층 그리고 군부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다는 분석이 많다는 점도 두 사안에 대한 해법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헌법 개정 논의는 상대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있다. 이미 반정부 단체들의 개헌 요구가 의회 문턱을 넘은 적이 있다.
애초 의회는 지난달 25일 정부안 1개와 야당 안 5개 등 6개 개헌안을 놓고 표결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판 전원 친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상원의 반대로 개헌안 논의 특별위원회 구성안만이 의결돼 반정부 단체들이 개헌을 미루려는 꼼수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당 개헌안 중 핵심은 '꼭두각시' 상원의원의 총리 선출 참여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은 임기가 5년인 만큼, 현 쁘라윳 총리 4년 임기 이후 차기 총리 선출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지난 총리 선출 당시처럼 또다시 100% 몰표를 던진다면 쁘라윳 총리가 3연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반정부 진영은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게다가 개헌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였다고 볼지는 또다른 문제다.
반정부 시위사태가 장기화하며 의회 논의에 대한 기대감이 일기도 하지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도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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