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증산하려 질소비료 마구 늘리면 기온상승 억제 더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식량과 사료 증산을 위해 사용하는 비료가 온실효과를 초래해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카를스루에공과대학(KIT)과 미국 오번대학 연구진은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에 이은 제3의 온실가스인 산화이질소(N₂O)의 생성과 소멸을 광범위하게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KIT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로도 불리는 N₂O는 다양한 생성원을 갖고있으며, 이 중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것은 농작물 재배에 투입되는 질소 비료에서 주로 나온다. 이때문에 증가하는 식량과 사료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질소 비료 사용량을 늘리면 대기로 유입되는 N₂O 배출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N₂O는 미량이지만 대기 중에 유입되면 약 120년을 존속하고 CO₂의 300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대기 중 N₂O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20% 늘어났으며 지난 몇십년간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배출된 N₂O는 1980년대 대비 약 10%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오번대학 톈한친(田?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4개국 48개 연구기관 과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N₂O의 다양한 생성원별 배출량과 대기 중 화학적 소멸량 등을 가장 광범위하게 측정해 제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지구에서 생성된 N₂O가 연 1천220만~2천340만t으로 연평균 1천700만t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기 중에서 화학적으로 소멸한 N₂O 양은 연 1천240만~1천460만t으로 380만~480만t이 대기 중에서 순증한 것으로 추정했다.
N₂O 생성량 중 연평균 730만t은 인간 활동을 통해 배출됐으며 이중 약 410만t이 농경을 통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KIT 기상학·기후연구소 대기환경연구부의 알무트 아네드 교수는 "1980년대 이후 늘어난 인간 활동에 따른 N₂O 배출량 중 약 70%가 농경 활동에 따른 것"이라면서 지구촌의 식량과 사료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따른 비료사용 증가로 N₂O 배출이 늘고 지구 온난화를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인간 활동에 따른 N₂O 배출량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하면서 작물 재배와 축산업이 크게 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특히 많은 것으로 지목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농업과 화학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과 억제 조치로 질소 비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N₂O 배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네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N₂O 생성, 소멸 양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질소 비료) 생산과 소비가 모두 관련된 농업 분야의 조치를 통해 N₂O 생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이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건강에도 이득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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