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州 일부 유권자들 '트럼프에 투표 안하면 추적할 것' 협박 이메일 받아
당국 "자신 있게 투표하라"…프라우드 보이즈 "우리 아냐", 도용 가능성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내 극우단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보복할 것이라는 협박성 메일을 일부 유권자들에게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국이 경보음을 울렸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알래스카, 플로리다의 일부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라고 경고하는 위협 이메일을 받았다.
이들 주(州) 대부분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격전지다.
이메일은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 명의로 알려졌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지난달 대선 토론회에서 회자되면서 주목받은 단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프라우드 보이즈를 거론하자 "프라우드 보이즈, 물러서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고 말해 언제든 행동할 준비를 하라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stand down)"고 말을 바꾼 데 이어 "큐 클럭스 클랜(KKK)을 비롯한 모든 백인우월주의 단체를 비판한다. 프라우드 보이즈도 마찬가지로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의문의 이메일에는 "당신은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추적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장은 트위터에서 "비밀투표를 호도하는 내용의 위협 이메일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보안에서 마지막 방어선은 유권자다. 현명한 소비자이자 정보 공유자가 되어라. 자신 있게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대학은 학생과 교직원 180명 이상이 이메일을 받았다고 CNN에 전했다.
알래스카와 플로리다 선관위는 해당 이메일을 알고 있다면서, 알래스카 선관위는 연방 당국이 경보를 내렸다고 CNN에 확인했다.
프라우드 보이즈 측은 즉각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프라우드 보이즈 리더인 엔리크 테리오는 USA투데이와 CNN에 보낸 성명에서 그들 단체가 이메일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그는 "우리가 아니다. (누군가) 우리인 척하려고 도용된 이메일을 사용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든지 간에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FBI와 대화했고, 협력하고 있다. 그 짓을 한 이가 누구든 우리를 악의적으로 가장하고 유권자를 위협한 혐의로 체포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메일은 프라우드 보이즈와 관련 있는 이메일 주소에서 보내진 것으로 보이지만, 도용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한 전문가는 CNN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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