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 추기경 재판 핵심 증인에 송금 의혹 사실관계 확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달 교황청 장관직에서 경질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72·이탈리아) 추기경의 교황청 기금 횡령 의혹이 국제적인 수사 대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주연방경찰(AFP)은 베추 추기경이 성학대 혐의로 기소된 조지 펠(79·호주) 추기경의 유죄를 끌어내고자 핵심 증인에게 뇌물 조로 70만유로(약 9억5천만원)를 송금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최근 호주의 금융감독기관인 거래보고분석센터(AUSTRAC)로부터 해당 송금과 관련한 정보를 넘겨받아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AUSTRAC 측도 전날 의회에서 관련 의혹을 들여다봤으며, 주요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베추 추기경과 펠 추기경은 금융·재정 개혁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듬해인 2014년 교황청 내 모든 재무 활동을 감독하고자 재무원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초대 원장에 펠 추기경을 임명했다.
이후 펠 추기경은 교황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교황청 내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금융·재정 개혁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교황청의 심장부로 꼽히는 국무원 국무장관직을 맡고 있던 베추 추기경은 이에 반기를 들고 펠 추기경의 개혁 작업을 저지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펠 추기경이 멜버른 대주교로 있던 1990년대 초 성가대 아동 2명을 성학대했다는 의혹이 2017년 호주 현지에서 폭로돼 상황은 반전됐다.
구속 기소된 펠 추기경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평결과 함께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4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혐의를 벗었다.
베추 추기경의 송사 개입 의혹은 그가 지난달 말 베드로 성금 횡령 의혹 등으로 교황청 시성성 장관직에서 경질된 직후 이탈리아 언론이 바티칸 경찰 내부 조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이탈리아 언론은 베추 추기경이 송금한 70만유로가 전 세계 빈민·재난민 구호 등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에서 전용된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실제 그렇게까지 했겠냐'는 식의 설왕설래 속에 바티칸 경찰의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관련 의혹에 대해 베추 추기경은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