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언론재갈 물리기' 결정 뒤집어…"총리 퇴진 없이는 투쟁 안 끝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퇴진 압력을 받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비상 포고령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사흘 내 퇴진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태국 정국의 긴장감이 여전히 팽팽하다.
쁘라윳 총리는 전날(21일) 밤 TV를 통해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15일 발령한 비상 포고령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 (긴장) 상황을 줄일 첫 번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현재 방콕에 내려진 비상조치를 철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내주 초 의회 특별회기 기간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쁘라윳 총리의 발언은 반정부 시위 사태를 억누르기 위해 15일 내린 '5인 이상 집회 금지' 비상 포고령이 오히려 시위를 부채질하면서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2만여명의 시위대가 총리실까지 진출한 14일부터는 8일 연속, 비상포고령 발령 이후로는 일주일 내리 방콕 도심 곳곳을 비롯한 태국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태국 법원이 '언론 재갈 물리기' 논란이 일었던 접속제한 명령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도 이런 정부 기류와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형사법원에 온라인 매체 4곳 등에 대해 접속제한 명령을 요청했고, 법원은 지난 20일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보이스TV를 대상으로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날에는 "불완전한 정보에 따른 결정"이라며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이런 유화적 기류에도 반정부 시위대는 쁘라윳 총리 퇴진이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라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총리실 청사 인근에서는 대국민 연설 TV 방송에 즈음해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쁘라윳은 퇴진하라"를 외쳤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합법적'으로 연임했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측은 총선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데다 군부가 지명한 '꼭두각시' 상원의원 250명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도록 한 독소 조항이 들어간 헌법을 이용한 것이라며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도부 중 한 명인 빳사라와리 타나낏위분폰(25)는 시위대에 "쁘라윳 총리가 퇴진하지 않는 한 우리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며 "사흘 내에 물러나지 않는다면, 쁘라윳 총리는 국민 (저항)에 다시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빳사라와리는 이후 비상 포고령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언론은 전했다.
퇴진 의사 표명 없이 26~27일 의회 논의로 시위 사태 확산이라는 '급한 불'을 끄려는 쁘라윳 총리와, '선 퇴진·후 논의'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시위대 간 평행선으로 반정부 시위는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태국에서는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강제해산 된 직후인 2월 중순 반정부 집회가 시작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들어 중단됐다.
반정부 집회는 7월 중순 재개된 뒤 3개월 넘게 계속 중이며, 이 과정에서 총리 퇴진은 물론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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