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 조종사들 일자리 잃으면서 직격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지난 21일 전체 직원의 24%에 해당하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자마자 홍콩 주택임대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쳤다.
조종사 등 고연봉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살던 집을 내놓고 더 싼 집을 찾아나서거나 아예 홍콩을 떠나기로 결정한 탓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캐세이퍼시픽이 구조조정을 발표한 직후 디스커버리베이와 퉁청 지역 부동산에는 이사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
홍콩 공항과 가까운 이들 지역에는 캐세이퍼시픽 등 항공사 직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항에서 30분 거리로 조종사들이 많이 사는 디스커버리베이에서는 월세 6만5천홍콩달러(약 950만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
공항 바로 옆인 퉁청에서는 지난 석달 간 약 60명이 살던 집 임대 계약을 포기했다.
부동산회사 미드랜드의 영업 매니저 조 리는 "지금껏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파트 임대 계약을 포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연봉 삭감이 결정된 승무원들이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는 항공사 승무원과 물류회사 직원들, 항공과 관련한 전문직들이 모여사는 퉁청의 현재 월세는 올초보다 5% 떨어졌으며, 연말까지 3%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로 유명한 디스커버리베이에서는 일부 조종사들이 11만홍콩달러(약 1천608만원)를 주고 살던 아파트의 월세가 8만5천홍콩달러(약 1천243만원)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많은 조종사들이 월세 4만~6만홍콩달러(약 585만~877만원)짜리 '더 싼'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캐세이퍼시픽의 상급 직원들은 월 주택수당으로 6만~10만홍콩달러(약 877만~1천462만원)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캐세이퍼시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영악화로 올초부터 무급휴직을 도입한 데 이어 전날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주택임대 시장에 곧바로 파장이 미쳤다.
캐세이퍼시픽은 추가 임금 삭감이 이어질 것이며 지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3차 명예퇴직을 내년 상반기 내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업계는 향후 주택 월세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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