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웨스턴대학 학생들, 총장 사퇴 요구도
학생들의 "돼지" 비난 놓고 "유대인 비하" 비화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중서부 명문 사학 노스웨스턴대학 학생들이 청원경찰 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벌인 시위가 총장 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21일(현지시간) 노스웨스턴대학 학생신문 '더 데일리 노스웨스턴'에 따르면 이 대학의 모튼 샤피로 총장은 학생 시위대의 언행을 "폭력"으로 규정하며 "역겹고 불명예스러운 일"로 규탄했다가 집중포화를 맞게 됐다.
시카고 북부 교외도시 에반스톤에 소재한 노스웨스턴대학은 지역 경찰 당국과 계약을 맺고 청원경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조직 'NUCNC'(NU Community Not Cops)는 "경찰이 아닌 대학 공동체에 투자하라"며 지난 일주일간 경찰 퇴출 시위를 계속했다. 이 움직임은 올 초 미국을 달군 '경찰 가혹행위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들이 계기가 됐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위가 고조되면서 학생들은 학교 배너를 불태우고 교내 기물을 훼손했으며, 캠퍼스 밖으로 나가 인근 상가에 스프레이용 페인트를 뿌리고 식료품점 유리창을 깼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나아가 총장 거처로 몰려가 샤피로 총장을 "돼지"(Piggy Morty)로 칭하며 시위를 벌이고 불탄 학교 배너를 입구에 놓아두었다.
이에 샤피로 총장은 대학 구성원 전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감정을 드러내며 시위대를 규탄했다.
2009년 취임한 유대계 샤피로 총장은 "'돼지'라는 욕설이 반유대주의로 들릴 수 있다"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학생 시위에 외부 선동가들이 잠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돼지'는 미국에서 경찰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지만, 유대인을 비하할 때도 쓰인다.
시위대는 "돼지라는 용어는 구조적인 경찰 폭력을 일컫기 위해 사용됐다"고 강조했고, 이 대학 학생들과 일부 교수진은 외려 샤피로 총장의 거친 언사에 반발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수진은 공개 서한을 통해 "샤피로 총장은 시위대가 자신의 집 앞으로 몰려가기 전까지는 학생들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며 "개인적 감정이나 자존심에 난 상처보다 '불의'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샤피로 총장은 "총장으로서나 한 개인으로서 나를 잘못 규정하고 있다"면서 "앞서 한 말 가운데 단 한 마디도 철회할 마음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청원경찰 제도를 개선할 의향은 있으나 폐지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경찰을 퇴출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며 매일 집회를 열고, 캠퍼스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에서 '모티 퇴진'(ResignMorty)이란 해시태그를 이용해 총장 퇴진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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