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요양원 노인들의 화이트보드 메시지 인기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가진 돈을 다 써라. 젊을 때 즐겨라."
"두 다리를 모으고 있어라."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라."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라."
"말다툼했으면 자기 전에 풀어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해라"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황혼에 이른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조언들이다.
24일 영국 대중지 더선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데번주의 한 요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외부와 차단된 노인들의 지루함을 달래주면서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경험을 전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요양원 입주 노인들의 연령대가 75세에서 104세로 모두 고령이지만 정신은 온전해 이들이 살아온 경험을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착안했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적힌 화이트보드에 자신들의 생각을 적었고, 요양원은 이들 노인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신을 마거릿이라고 소개한 할머니는 젊은이들에게 "네 돈을 다 써라, 젊었을 때 즐겨라"라고 적었다.
그녀는 또 "만약 네가 다른 사람에게 더 친절하게 대한다면 그들도 너에게 친절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라는 할머니는 화이트보드에 짧은 한 문장을 적었다. 그 문장은 "두 다리를 모으고 있어라"였다.
이 말은 그냥 농담의 의미로 받아들여져 많은 사람의 웃음을 자아냈다. 웃음을 잃지 않는 '황혼의 청춘'을 느끼게 해준 대목이다.
코랄이라는 할머니는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라. 말다툼을 벌였으면 자기 전에 화해하라"고 적었다.
요양원 최고령 104세의 로잘린 할머니는 "젊은이들의 독립을 존중한다"며 "그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내가 그 나이 때보다 현명하다"라고 적은 글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른 노인들은 "항상 도움이 되고, 즐겁고 밝게 생활하라"거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도와라"라고 적었다.
톰 할아버지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고 적은 뒤 활짝 웃었다. 생활 속에서 늘 즐겁고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톰 할아버지의 삶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사진은 노인들의 가족과 네티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피터 가프니 요양원 매니저는 "코로나19로 외부인 방문이 차단되면서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며 "노인들은 평생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좋은 시도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노인들에게 생각을 적어달라고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노인들의 조언을 좋아했다"면서 "이유는 자신들의 부모가 했던 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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