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사태가 쏘아올린 금융감독 개편론…금융위-금감원 '온도차'

입력 2020-10-23 18:31  

펀드 사태가 쏘아올린 금융감독 개편론…금융위-금감원 '온도차'
은성수 "금감원 예산 감시해야" VS 윤석헌 "독립성 확보돼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감독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관 독립성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예산에 대한 감시 필요성에 방점을 뒀다.
윤 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돼있지 못하다'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의 지적에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저희 의지대로 시장 상황을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해 은 위원장은 "한국은행 예산도 기획재정부가 보듯 금감원의 예산도 누군가 승인하는 절차가 있는 것"이라며 "이건 기관 독립성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모호한 권한을 놓고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를 신설하면서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총괄토록 했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 집행 권한을 위탁받는 방식이 구조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은 위원장에게 "금감원이 책임에 비해 권한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는 법을 개정해 데리고 살지 말고 분가를 시킬 의사가 없냐"고 물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의 예산이나 인원 문제는 저희가 아니라더라도 기재부나 국회 등 다른 곳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독립성과 관계가 없다"며 "금감원이 보다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잘 협의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윤 원장은 "금융위가 금융산업의 육성과 금융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함수를 같이 안고 출발했다"며 "저희는 그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원인 및 대책을 두고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전수조사로 감독 과정에서 빠뜨렸던 부분들을 재점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동의하면서도 책임의 화살이 자신들에게만 쏠리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애초 금융위가 사모펀드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부실 운용사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한 측면도 있는데 책임론에서 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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