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마다 트럼프-바이든 지지 유권자 결집…건물 밖까지 수백m 줄서
"4년 전 사전투표의 3배"…부재자 우편투표 '대리제출' 진풍경도
(페어팩스[미 버지니아주]=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강한 미국을 위해선 4년 더", "더 나은 나라를 만들려면 바꿔야 한다."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전투표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대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지는 탓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선거 당일을 피해 먼저 투표하려는 사람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선거 정보를 분석하는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선거를 11일 앞둔 23일(현지시간) 오전 기준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5천152만명에 달해 2016년 대선 당시 전체 사전투표 참가자 4천701만명을 이미 넘어섰을 정도다.
이날 버지니아주 사전투표소 중 한 곳인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센터에도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져 선거 열기를 실감케 했다.
미 대선의 투표 방법은 크게 우편투표, 조기 현장투표, 선거 당일 현장투표로 나뉜다. 사전 투표는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 투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날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센터 청사에선 조기 현장 투표가 이뤄졌다. 유권자가 늘어선 줄은 청사 안부터 청사 밖 인도에 이르기까지 수백m 가까이 이어졌다.
또 청사를 방문해 부재자 우편투표를 '드롭 오프 박스'에 제출하는 이도 많았다. 우편 발송 시 분실되거나 기한 내에 제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봉투에 담긴 타인의 우편투표 결과지를 여러 개 가져와 '대표'로 드롭 박스에 넣고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실시간으로 확인받는 '대리 제출'도 눈에 띄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브라이언 월시 공보 담당관은 "코로나19 상황 속에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모든 주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전날 기준 2016년 대선 당시 같은 기간보다 약 3배나 많은 사전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정부 센터에 투표소가 마련돼 있고 청사 안과 밖에 하나씩 우편투표 드롭 박스가 설치됐다. 특히 청사 밖 드롭 박스는 카운티 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고화질 폐쇄회로(CC)TV로 감시해 파손이나 분실 우려는 없다고 월시 담당관은 강조했다.
카운티 내에는 정부 센터를 비롯해 14개의 '위성 투표소' 등 총 15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주민 편의를 위해 정부 센터 투표소는 일요일을 빼고 매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영된다. 위성 투표소는 오후에만 운영되고 토요일만 문을 여는 곳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 센터 밖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부스를 마련, 주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 위원회의 낸시 홀은 "우리 카운티 선거에선 전통적으로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민주당을 지지해왔다"며 전국적으로도 올해 대선에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공화당 부스 자원봉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피트 T(45) 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다. 그는 재선될 것"이라며 "그는 나라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며 강한 경제를 만들었고 국경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 "좋은 경제,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려면 트럼프가 4년 더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이 생애 두 번째 대선 투표라는 민주당 지지자 넬라니 퓨엔테스(23·여) 씨는 "거짓과 폭력, 분열은 더는 있어선 안 된다. 바이든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고 국가를 통합할 사람"이라며 "누가 이길지를 예상하는 건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바이든이 이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위성 투표소가 설치된 페어팩스 카운티의 타이슨스 피밋 도서관에서도 유권자들은 길게 줄을 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곳은 오후 1시부터 투표소가 운영되지만, 많은 유권자가 일찌감치 도착, 대선 투표 열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월터 야보스키(21) 씨는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겠다면서도 "지금 미국은 혼란 상태"라며 "사람들은 분열됐고 화가 나 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치유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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