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vs 가정부' 재판서 가정부에 유리한 증거 공개 안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사회를 달군 백만장자 회장님의 인도네시아 가정부에 대한 '갑질' 사건과 관련해 싱가포르 검찰이 가정부를 억지 기소한 혐의로 오히려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24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인도네시아 여성 파르티 리야니(46)의 리우문롱 창이공항 그룹 전 회장집 절도 사건 기소 과정과 관련해 담당 검사 2명에 대해 조사를 하도록 전날 결정했다.
지난달 초 4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고서 절도 혐의에서 벗어난 파르티는 검찰 기소에 문제가 있었는지 가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순다레시 메논 수석판사는 판결문에서 "검찰의 행위가 솔직함이 결여됐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사실이 오도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르티는 2007년부터 '백만장자'인 리우문롱 창이공항 그룹 회장의 집에서 월급 600싱가포르달러(약 51만원)를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그는 2016년 분가한 리우 회장의 아들로부터 집과 사무실을 수차례 청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규정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몇 개월 뒤 리우 일가는 물건을 훔쳤다면서 그를 해고했다.
그 뒤 파르티는 리우 회장 집에서 3만4천 싱가포르달러(약 2천900만원)어치 물건 115개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옷과 고급 핸드백, DVD 플레이어와 고급시계 등이다.
재판에서 그녀는 버려진 걸 줍거나 해고 당시 짐 가방에 싸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주장했지만 2019년 지방법원은 징역 2년2개월을 선고했다.
파르티는 항소했고 결국 지난달 초 대법원격인 항소법원은 약 4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법원 판사는 파르티가 훔쳤다는 많은 것들이 고장이 났었다면서 망가진 제품을 훔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DVD 플레이어의 경우 검찰이 파르티의 주장대로 고장 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판 때 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판사는 "(검찰이)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을 사용했고 이는 피고에게 불리하게 작용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부자와 엘리트 등 힘있는 계층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힌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지면서 주목받았다.
K. 샨무감 내무 및 법무장관도 경찰 및 검찰의 수사 과정을 점검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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