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해에서 최지성까지…'삼성 핵심' 비서실·구조본·전략실·미전실 수장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 그리고 미래전략실장.
삼성그룹 역사와 함께 이름이 바뀌어온 자리이지만, 그들의 역할은 하나였다.
바로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부터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까지 27년 동안 총 7명의 비서실장이 그의 옆자리를 지켰다.
1959년 이병철 선대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비서실은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꾸며 삼성 경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마지막 그림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2012년 6월. 삼성전자[005930] TV와 휴대전화를 세계 1등으로 만든 최고경영자(CEO)를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하자 재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다, 재무통이나 전략통과 같은 역대 '관리형 2인자'와 달리 최 실장은 '실무형 2인자'였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2006년 보르도 TV를 내세워 소니를 제치고 삼성을 세계 TV 시장 1위 자리에 올렸고, 2011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을 추격하는 디딤돌을 만든 인물이다.
이 회장은 이런 성과를 높이 사 최 실장을 전격 기용했다는 게 당시 삼성그룹의 설명이었다.
재계에서는 최 실장이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적임자를 골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원도 삼척 출신의 최 실장은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7년 삼성물산[028260]에 입사했다.
입사 후 4년 만에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기획팀에 합류했고,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직후에는 비서실 전략1팀장을 지냈다.
이후 1994년부터 삼성전자에서 반도체판매사업부장, 디스플레이 사업부장, 디자인센터장 겸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10년 1월에는 삼성전자 사장 자리에 올랐고, 그해 12월에는 부회장 자리를 꿰차는 등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 12년 동안 동고동락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1997년 비서실장, 1998년 구조조정본부장, 2006년 전략기획실장.
이건희 회장 곁을 가장 오랜 기간 지켜온 이학수 실장의 직함은 총 3번 바뀌었다.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전략기획실이 2008년 해체되면서 이 실장은 삼성전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2010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삼성을 떠났다.
재임 당시 이 실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임은 두터웠다.
이 실장은 1999년 구조조정본부장 시절 4대 그룹 계열사를 정리하는 정부 주도의 '빅딜' 과정에서 총수와 상의 없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권을 쥔 유일한 인물로 회자된다.
재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를 삼성가의 최측근으로 꼽는다.
그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 발행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지만, 1년 만에 사면복권된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이 실장은 부산상고와 고려대 상과를 나와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이후 제일모직에서 경리과장, 관리과장, 관리부장으로 경력을 쌓았다.
1981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운영1팀장으로 발탁된 이후 비서실에서 재무팀장 역할을 하며 이사, 상무, 전무로 승진 행진을 이어갔다. 1995년에는 삼성화재[000810] 사장 직함을 거머쥐었다.
이 실장에서 최 실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김순택 초대 미래전략 실장이 등장한다. 그는 건강 문제로 2년 만에 미래전략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실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1978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에 발을 들였다.
이후 비서실에서 경영지도팀장, 비서팀장, 경영관리팀장, 비서실장 보좌역을 맡았다. 1999년에는 삼성SDI[006400]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0년에는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신사업추진단장을 겸임했다.
◇ 소병해·이수빈·현명관 등 역대 비서실장들
이 회장이 취임 후 처음 호흡을 맞춘 비서실장은 소병해 실장이었다. 그는 이 회장의 사람이라기보다 선대 회장의 사람이었다.
1978년 비서실장을 처음 맡은 소 실장은 12년 동안 삼성그룹을 좌지우지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회장이 취임 후 3년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은둔하던 시절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대 회장의 삼년상을 마친 1990년 12월 이 회장은 소 실장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이수완 비서실장을 앉혔다. 하지만, 이 실장도 한 달 만에 쫓아냈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판단해 긴장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이런 조치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은 이수빈 비서실장이다. 그는 이 회장을 3년 동안 보필했다.
이 실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질 경영'을 내세운 이 회장에게 '질 경영도 좋지만, 양도 중요하다'고 반기를 들었다가 그해 10월 비서실을 떠났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이 실장을 완전히 내치지는 않았다. 그는 2002∼2019년 삼성생명보험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수빈 실장이 떠난 자리에는 감사원 출신인 현명관 비서실장을 깜짝 등용했다. 삼성 공채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큰 화제가 됐다.
현 실장은 삼성그룹 내 뿌리가 없어 이건희 회장의 요구대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강도 높은 개혁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현 실장은 삼성을 떠난 뒤에는 2013∼2016년 한국마사회 회장을 지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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