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추진 중국서 '가짜 전자지갑' 등장

입력 2020-10-26 09:42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추진 중국서 '가짜 전자지갑' 등장
인민은행 당국자 "지폐 시대처럼 여전히 위조 문제 직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벌써 가짜가 나왔다.
중국 당국은 그간 위폐 유통 문제의 근본적 해소를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의 주된 장점 중 하나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중국에서 '가짜 돈'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26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 소장은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현재 시장에 이미 가짜 디지털 위안화(법정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이 출현했다"며 "지폐 시대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은 여전히 (화폐) 위조 방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연초부터 중국 여러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부르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의 유통 시험을 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자기가 이용하는 대형 은행이 만든 전자지갑을 내려받아 디지털 위안을 보관하다가 사용하게 된다.
만일 누군가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의 보안상 허점을 악용해 다른 이들의 정상 전자지갑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짜 전자지갑을 만들면 '디지털 위폐'가 유통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위안화 도입 업무를 책임지는 인민은행의 핵심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후 위폐 유통 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 소장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민은행의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정보를 총괄적으로 관리해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디지털 위안화의 인식 시스템을 통일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위조 방지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 소장은 국민들에게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강제할 계획은 없다면서 앞으로 디지털 위안화와 현재의 지폐가 장기간 공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그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으로 중국에 이미 널리 보급된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와 웨이신즈푸(위챗페이<微信支付>) 사용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박했다.
무 소장은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라며 "두 가지 모두 금융 기초 인프라의 일종인 지갑으로서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되고 나서도 지갑 안의 내용물이 하나 더 늘어날 뿐 모두 원래의 지갑을 이용해 결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선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선 중국은 올해 초부터 선전(深천<土+川>), 슝안(雄安), 쑤저우(蘇州), 청두(成都),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적으로 내부 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이달 초 광둥성 선전(深천<土+川>)시에서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개 테스트까지 진행하면서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정식 도입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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