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장애 심할수록 우울·감정표현 불능 위험 더 심해져
"자기 고함에 놀라 깨거나, 주변서 잠꼬대·움직임 심하단 얘기 자주 들으면 진단받아보는 게 좋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잠을 잘 때는 운동신경이 거의 억제되기에 꿈을 꾸더라도 몸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는 수면 중 몸을 지나치게 크게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처럼 꿈꾸다 갑자기 발길질하거나 고함을 치는 수면장애가 있으면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김효재 교수팀은 꿈을 꿀 때 이상행동을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일반인보다 우울증, 감정표현 불능증 유병률이 각 1.5배, 1.6배 높다고 26일 밝혔다.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 단계가 번갈아 4∼6차례 반복되며 이루어진다. 잠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깊은 잠에 빠지기까지의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뇌의 활동도 느려지지만,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전체 수면의 약 25%를 차지하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원래 신체 움직임이 거의 없다. 이때 신체 근육의 힘을 조절하는 뇌간에 문제가 생기면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86명과 일반인 7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감정표현 불능증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 집단 중 경도 우울증 이상으로 진단된 비율이 50%(43명)로 일반집단 34%(25명)보다 약 1.47배 높았다. 감정표현 불능증 의심으로 진단된 비율이 31%(27명)로 일반집단 19%(14명)보다 약 1.63배 높았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의 증상이 심할수록 우울증과 감정표현 불능증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 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역시 "잠을 자다 자신의 움직임이나 고함에 놀라 깬 적이 있거나, 주변 사람에게 잠꼬대와 움직임이 심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슬립 의학'(Sleep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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