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국왕, 총리의 '코로나 비상사태' 선포 동의 거절

입력 2020-10-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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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국왕, 총리의 '코로나 비상사태' 선포 동의 거절
무히딘 총리, 불신임 위기 부상하자 정치판 마비 시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총리가 불신임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비상사태 선포 동의를 요청했지만, 국왕이 거절했다.



26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없다"고 전날 성명을 발표했다.
압둘라 국왕은 "정치인들은 정부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정치 행위를 중단하라"고 당부하면서 다음 달 6일 의회에 상정되는 정부 예산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방제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 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인 '양 디-페르투안 아공'을 맡는다.
국왕은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권한이 있고, 총리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려면 국왕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무히딘 야신 총리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를 추진한 것은 불신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판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말레이시아 정계는 올해 1월 마하티르 모하맛 당시 총리가 새로운 신임을 받기 위해 스스로 사퇴했다가 예상과 달리 무히딘 총리가 권좌에 오르면서 계속 불안정한 상황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자신이 과반 의원의 신임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압둘라 국왕은 의원들을 차례로 만난 뒤 무히딘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의회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무히딘 행정부가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히딘 총리 불신임 움직임이 커졌고, 특히 11월 6일 정부가 의회에 상정하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과반 지지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라서 총리직에서 밀려날 수 있다.
본래 마하티르 전 총리의 총리직 승계 예정자였던 안와르 이브라힘(72) 인민정의당(PKR) 총재는 지난달 "(무히딘한테) 돌아선 사람들 덕택으로 새 정부를 구성할 만큼 다수 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안와르 총재는 압둘라 국왕이 비상사태 선포 동의를 거절하자 "국왕 폐하와 말레이 통치자들의 지혜와 분별력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역사적 결정으로 입헌군주제와 의회민주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9월 초까지 10명 안팎으로 잘 유지됐으나 교도소 집단감염, 사바주 지방선거 집단감염 등으로 점차 늘더니 지난주에는 하루 700∼800명씩 늘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823명이 추가돼 누적 2만6천565명, 사망자는 8명 추가돼 누적 229명이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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