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과 좋은 관계 원한다면 한반도 평화 위해 협력해야"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톰 수오지 미국 연방하원 의원(뉴욕)은 다음 주 실시되는 대선에서 숨은 보수표를 의미하는 '샤이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만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오지 의원은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샤이 트럼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 부분 여론조사에 반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주장한 미국 우선주의가 사회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정서를 움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겪은 유권자들이 4년 전처럼 표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샤이 트럼프'의 투표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유권자들이 실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주장대로 수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샤이 트럼프의 존재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많은 여론조사기관은 2016년도에 예측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샤이 트럼프는 그렇게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다.
--지역구인 뉴욕 3선거구에 속한 서퍽 카운티는 2016년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표가 많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지지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서퍽 카운티 중에서도 일부 지역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가 높았다.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 지역인데 내 지역구가 아니라 옆 지역구다. 사실 1930년대 그 지역은 인종차별단체인 큐 클럭스 클랜(KKK)이 미국에서 가장 대규모로 집회를 열던 곳이다. 또 그 무렵 독일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나치 청소년 수련장도 그 지역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얼마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사회에 불만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방해하려는 트럼프 같은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 우선주의가 많은 미국인의 정서를 움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진실을 알았기 때문에 2016년 대선 때처럼 표를 주진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중국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모든 미국인이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고, 향후 20~30년 안에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으로 세계를 압도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동맹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이다. 유럽과 이스라엘도 포함된다. 중국에 대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미국과 이들 국가가 힘을 합쳐야 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미국 정부는 제대로 짜인 계획이 없었다. 중국에 대처계획이 필요하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 '중국이 미국 등 서구와 교류한다면 민주적 시스템을 받아들일 것'이란 말들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과 티베트, 홍콩에서 벌이는 일을 보면 끔찍하다. 물론 바이든 후보가 강경한 정책을 취한다고 해도 군사적인 옵션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인권 등의 분야에서는 강경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북한에 대해선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현재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바이든 후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을 만남으로써 법적인 정당성을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중국과 마찬가지다. 심각한 인권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나이가 든 실향민들이 가족들과 만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우리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솔직히 가장 중요한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지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친구가 돼 개인적인 관계로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은 순진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상황은 악화했다.
--수오지 의원은 작년에 공평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하원 결의안을 주도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공평한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가능하게 될까.
▲바이든 후보는 외교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다. 당연히 방위비분담금 문제도 잘 알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공평한 협정이 타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외교와 관련된 사안은 무엇이든 민감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직감대로 정책을 추진했다. 연구하지도 않았고, 역사와 배경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미국은 한국처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지원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중국이나 북한처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과 맞서야 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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